대형 붕괴사고의 우려가 매우 높은 문제의 절개벽(切開壁)들은 제주시가 지난해 개통한 제2우회도로 1차 구간인 한마음병원 남쪽 네거리에서 영지학교 앞을 지나 제주여고 바로 북쪽으로 이어지는 1㎞ 중간에 위치해 있다.
개통 당시 이 도로는 교통량이 많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차량들의 왕래가 빈번한 데다 내년 말쯤에는 2차 구간인 신제주 향군회관까지 연결.개통하게 돼 있어 교통량 급증은 불을 보듯 너무나 훤한 곳이다.
이러한 도심 간선도로에 대형사고 위험을 잔뜩 안은 절개벽 네 곳 총길이 150m를, 붕괴에 대비한 철망시설 하나 없이 내버려 둔 것은 예산 사정 등 어떤 이유로도 해명이 되지 않는다.
만약 그 사이 차량이나 시민들이 지나갈 때 높이 4~5m의 토석이 덮치기라도 했다면 어찌할 뻔했는가. 이럴 경우도 우연이라거나 예산 탓으로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그러잖아도 절개지 4곳 중 1곳은 지난번 폭우 때문인지 일부가 이미 무너져 인도를 막아버렸었다고 한다. 이는 곧 이 절개지들이 언제든지 붕괴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대책의 시급성을 말해 준다.
특히 절개벽들은 암석층이 아니라 주로 토석으로 이루어진 지층으로, 손으로도 벽면을 흘러내리게 할 수 있을 정도며 그 위에는 밭담까지 쌓여 있다니 집중호우철 붕괴시 위험이 얼마나 많은지를 짐작할 수가 있다.
당국은 재해에 관한 한 ‘설마행정’을 펴서는 결코 안 된다. 위험한 절개벽을 1년여 내버려 둔 것도 ‘설마행정’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설마가 사람잡는다’는 속담을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다른 지방에서 흔히 보는 절개지역들의 붕괴 참사도 ‘설마행정’이 가져다 준 결과인 셈이다.
제주시는 붕괴 위험성을 충분히 알면서도 예산 사정을 들어 올해 연말부터 시작되는 이도지구 구획정리 때 절개벽들이 있는 둔덕을 평지로 만들 계획인 모양이다.
하지만 자연 재해는 당국의 예산이나 다른 사정을 들어 연기해주지 않는다. 급한 대로 우선 철망시설이라도 튼튼히 설치하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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