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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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그 할아버지는 이상했다.

이상한 정도가 아니라 밉고, 가능하면 상대하지 않을 수 있기만을 바랄 사람 같았다. 주변 사람들은 할아버지로 인해 성가시다 못해 병이 날 지경이었다. 결국 긴급 구조요청으로 진상 파악과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어떤 공동 주택에서 벌어진 층간 소음 시비에 관해 방송된 내용인데, 홀로 사는 할아버지가 주인공이었다. 할아버지는 위층에 사는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천정을 쇠막대로 찍는가 하면 위로 올라와 그 집 벽과 문을 마구 발로 차곤 하였다. 심지어 그 집에 사람이 없는 시간에도 시끄럽다고 법석을 피웠으며, 한 밤중이든 새벽이든 발길질과 쇠막대 치기를 반복하였다. 할아버지 위층에 이사 왔던 사람들은 얼마 안가서 나갔으며, 지금 사는 사람들은 시달리면서 병이 나고 있었다. 같은 건물 사람들 모두 느닷없는 소음에 놀라며 불안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소음을 만들어내는 할아버지는 오히려 자신이 소음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또 할아버지에 따르면 부인이 몇 년 전 타계했으며, 아들은 외국에서 살고 있다 했는데, 모두 허구로 들어났으며, 할아버지는 결혼해본 적도 없고, 연락 되는 사람조차 없이 오랜 세월을 홀로 지내왔었다.

심리 전문가들은 할아버지의 외로움이 가족과 사는 주변 사람들을 질투하고 미워하게 만들었으며, 더 나아가 그들이 내는 소음 때문에 괴롭다는 믿음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사정을 알자 이웃들은 모여들어 할아버지를 돕기 시작했다. 집안을 청소하고, 도배를 새로 하였으며, 쌀과 음식을 들여왔다. 함박웃음을 웃으며 할아버지는 아기처럼 유순해지고. 심리 치료도 받으면서 고맙다고 덩실거렸다. 결국 그동안의 괴팍한 행동은 자신의 존재를 알아 달라, 누구든지 다가와 친절을 베풀어 달라는 요청이었는데, 그 형태가 꼬이고 꼬였던 것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 방송을 보며 사람이 정에 굶주리면 얼마나 이상해지는지, 또 그런 사람을 냉정하게 내치고 차단하는 것 보다 인정을 베푸는 쪽이 훨씬 더 어렵지만, 관심과 보살핌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 병들어가는 사람을 옆에 방치한 채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없다는 사실도.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긴급구조 신호가 우리 사회에서도 이처럼 제대로 작동하고 수신되는 경우도 있구나 하고 다행스럽게 여겼을 것도 같다. 긴급구조신호 SOS, 유래를 보면 대강 이렇다. ‘조난 통신 신호로 선박이나 항공기가 긴박한 위기에 처했을 때 발신하는 무선전신. 1952년 국제전기통신조약 부속 무선규칙에 의해 세계 공통의 조난신호로 규정, 모든 무선통신에서 최우선 순위를 가지며, 부근의 선박은 구조를 위해 최선의 조치를 강구해야 할 선원법상의 의무가 있다. 이전에는 ‘빨리 오라 위험’이라는 뜻으로 CQD(come quick danger의 약칭)가 사용되었으나 기상 나쁜 날 수신이 불량하여, SOS로 바꾸었다. 우리 영혼을 구하라(Save Our Souls), 우리 배를 구하라(Save Our Ship), 다른 일은 중단하라(Suspend Other Service), 우리 배가 침몰한다 (Sinking Our Ship), 생존자 물가에 있다”(Survivors On Shore), 우리 선원을 구하라 (Save Our Seamen) 등과 같은 말들 머리글자라고도 하지만, 사실은 SOS 부호가 간결하고 판별이 쉬워 정해졌다.’

생존의 뿌리가 드러나고 위험에 처한 삶이 사람뿐일까.

사방에서 SOS 신호는 떠오르고 스러지며 무시되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로 인해 고통 받는 세상 만물들, 학대받는 가축들, 밟히고 화학물질에 절어가는 땅과 풀과 벌레와 새들과 나무들. 돌과 모래와 시내와 강, 바다 속 동물들까지 우리에게 긴급구조 요청 신호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 하늘과 구름, 우주 공간도 인간의 쓰레기로 어지러우니, 주파수를 맞추어 SOS를 늦기 전에 수신하고 살피게 되면 세상은 좀 더 버텨 줄지도 모른다.

<강방영·제주한라대 관광영어과 교수·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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