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 대구의 아픔 함께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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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있다. 이웃의 아픔을 함께 하는 것은 진정한 이웃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이자 의무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선 서산의 해가 뉘엿뉘엿 기울 무렵 대구지하철 참사 100일 국민추모음악회가 열렸다. 정부에서 단 한푼도 지원받지 아니하고 순수하게 민간 차원에서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서 마련한 추모음악회다.

야외특설무대에 5000석의 좌석을 준비했는데 공연이 시작된 후에는 어느덧 빈자리가 없어지고 7000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되었다.

한편에는 분향소를 마련해 참가 시민들이 누구나 분향을 하고 국화 한 송이씩을 헌화할 수 있도록 했다. 행사 전후 많은 사람들이 헌화를 하였는데, 특히 어린 학생들이 줄을 이어 헌화하는 모습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그 옆에는 참사현장 사진을 전시했고 연정 김복님 화백이 증정한 추모화도 전시했다.

음악회의 첫 테이프는 대구에서 온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끊어주었다. 이재준씨가 지휘한 합창단은 대구 어린이들의 해맑은 목소리들을 서울의 밤하늘 아래에 넓게 펼쳐주었다.

이어서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가 연주되고 신달자 시인의 추모시 ‘당신은 그날을 기억하십니까’가 낭송되었다.

…우리를 격분에 떨게 하고/스스로 사람이라는 말을 반납하고 싶었던/우리를 비통한 절망으로 몰아 넣었던/그때 그 아비규한을/진정 잊지 않고 계시겠지요/“엄마, 나 뜨거워”/“여보, 당신 사랑해”/마지막 처절한 목소리만 남기고/한줌 재로 타 들어간 그 비통한 통한을/어찌 우리가 잊겠습니까….

탤런트 고두심씨가 낭송한 애절한 추모시는 청중들로 하여금 온통 눈물을 훔치게 했다. “이 땅에 다시 이런 아픔이 없는 일/그것이 그들에 대한 우리의 마지막 사랑입니다”라고 시를 마친 시인은 우리 모두의 눈물을 되삼키게 했다.

최진희, 태진아 등 가수들도 눈물이 범벅이 된 채 천상재회, 사모곡 등을 불렀다. 신세대 가수 조성모, 베이비복스, 세븐, NRG, 김현정도 엄숙하긴 마찬가지였다. 김영환, 김인혜, 최현수, 박정원 등 성악가들은 청중들과 함께 한마음이 되어 주었다.

사실 당초 추모음악회를 생각해냈던 것은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저 대구지하철 참사 같은 사고가 났을 때 그 아픔은 늘 그 지역에 국한될 뿐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별달리 추모의 뜻을 표시할 방법도 없었다는 생각에서였다.

온 국민이 안타까워하기는 했지만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저런 통로로 약간의 성금을 보내는 것밖에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논의 끝에 음악회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대구의 아픔을 타지역민들이 함께 나누는 것은 이 나라 국민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을 비롯해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수도권에서 추모의 뜻을 함께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때마침 사고 100일이 다가왔다. 이날 서울의 한 중심부에서 시민들에게 추모의 기회를 마련해드리기로 했다.

나아가 다시는 이 땅에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온 국민이 다짐하는 자리가 되도록 준비했다.

이번 사고 같은 것도 대구에서만이 아니라 온 나라의 각 지역이 모두 관심을 가지고 서로가 위로하고 추모할 뿐 아니라 또 다른 사고에 대비했어야 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온 나라가 지역적으로 갈기갈기 찢겨져 왔다. 따라서 이런 때일수록 대구의 아픔을 타지역민들이 함께 하는 것이 더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전 국민의 교육장도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국은 9.11사건 이후 온 나라가 온통 생명 안전 문제로 비상 상태라고 한다. 미국 사람들 겁이 많다고 할 정도로 점검하고 또 점검한다고 한다. 심지어 우리나라 대구지하철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테러는 아닌 것 같다고 보도했을 정도라고 한다.

우리도 이번에 돌아가신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각 지역의 모든 분들이 함께 슬픔을 나누면서 희망의 새싹들을 가꾸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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