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은 현실이다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은 현실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12일로 예정되었던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 대한 정부의 제주지역 설명회가 무산되었다.

정부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과정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여론을 수렴하고자 전국을 순회하며 설명회를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일부 지역에서 농민들의 저지로 설명회가 잇따라 무산되자 마침내 전체 일정을 취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도하개발아젠다(DDA)는 내년 말까지 WTO 144개 회원국이 공산품, 농산물, 서비스 분야 등의 자유로운 무역과 시장 개방의 확대를 위해 진행하는 다자간 무역협상을 의미한다.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은 과거의 무역협상과 비교하여 훨씬 더 폭넓은 의제를 다루고 있다. WTO 전체 회원국이 관심을 가지는 모든 분야를 망라하여 협상의 대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그리고 협상은 모든 의제에 대한 논의를 동시에 진행하여 모든 참가국들이 각 의제에 대한 협상 결과 전체를 수용함으로써 종결되는 일괄타결방식(Single Undertaking)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각 회원국이 이익과 손실을 고려하여 서로 ‘주고받기(Give and Take)’를 통한 협상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서비스, 비농산물, 규범 등 농업 이외의 협상분야에서는 비교적 순조롭게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는 공산품에 대한 관세가 대폭 낮아지고 서비스 시장 개방이 확대될 경우, 수출이 늘어나고 서비스 경쟁력이 향상되는 등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농업분야의 협상이다. 대폭적인 시장 개방을 주장하는 농산물 수출국의 입장이 힘을 얻을 경우 농산물에 대한 관세와 국내 보조금의 대폭 감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그간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여온 이른바 ‘주요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크게 낮춰야 하며, 보조금제도의 개선에 따라 쌀 수매를 통한 보조금 지급 역시 대폭 축소되어 농민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경제 성장의 결과 우리나라가 지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때와 같이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협상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양허해야 할 의무부담이 더욱 높아질 것임을 의미한다.

또한 내년으로 예정된 쌀 재협상에 따라 쌀 시장의 추가 개방이 불가피할 경우 농업부문의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 대한 정부의 설명회가 무산된 것은 아쉬운 감이 있다. 제주지역이 특히 감귤의 가격 폭락으로 사회기반 자체가 흔들릴 정도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기에 WTO 협상의 현황과 전망에 관한 분명한 정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결국 제주도민들은 이처럼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다.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은 더 이상 ‘우리 농업이 영세하고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명분만으로 농업부문을 보호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제는 구체적인 세부품목별로 개방의 영향을 점검하여 보호의 우선순위와 그 수준을 정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때다.

마찬가지로 제주도 역시 협상의 진행과정과 예상되는 결과를 지속적으로 도민들에게 알려 개방의 단기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체계적인 농업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으로부터 제주사회 역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