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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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참회록’에는 이런 우화가 나온다.

“어떤 여행자가 산길을 가다가 사자에게 습격을 당했다. 여행자는 허겁지겁 도망치다가 깊은 구덩이를 발견하고는 그 속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그 바닥에는 독사들이 우글거렸다. 하는 수 없이 구덩이 중턱에서 뻗어 나온 나무뿌리에 매달렸으나, 설상가상으로 두 마리의 쥐가 그 뿌리를 갉아 먹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걱정을 하는데 나무뿌리에서 흘러나오는 꿀을 보고 맛있게 핥기 시작했다. 뿌리가 끊어져 죽는 줄도 모르고서 말이다.”

▲이 이야기는 일시적인 쾌락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회개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세상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죄를 짓고 살아가게 마련이다.

종교는 이 죄가 자신의 잘못인지 아니면 타인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따지지 말고 반성하라고 깨우친다.

기독교에서는 회개(悔改)라 하고, 천주교에서는 고해(告解), 불교에서는 참회(懺悔)라고 말하지만, 따지고 보면 남을 탓하기에 앞서 자신의 잘못과 죄를 뉘우치자는 것이다.

톨스토이의 참회록에 나오는 이야기는 사실 불교 경전의 하나인 아함경(阿含經)에 나오는 설화로 우리의 ‘인생’을 비유한 것이다. 어떻게 해서 톨스토이가 이 이야기를 썼는지 모르지만 ‘코끼리’가 ‘사자’로 바뀌었을 뿐 내용이 그대로 꼭 같다.

불교에서는 아함경의 이야기에 나오는 코끼리는 인간의 업보요, 독사는 무간 지옥이며, 덩굴(나무뿌리)은 인간의 삶이라고 한다. 꿀은 탐욕, 진에(화냄), 우치(愚癡)를 말하는 이른바 삼독(三毒)을 가리킨다고 한다.

▲이 삼독의 악업을 다시는 짓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장래에 올지 모르는 허물까지도 조심조심하는 게 재생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 죄 짓지 않고 어리석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죄란 자성(自性)이 없다.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다. 만약 마음이 소멸하면 죄도 또한 없어진다”고 한다.

해인사 해우소(화장실)에는 “버리고 또 버리니 큰 기쁨 있어라”라고 써 있다고 한다.

그 말 그대로 해보려고 다 버리자고 하는 데, 마음을 버리기는 참 어렵다.

그래서 사람은 허망한 것들에 집착해 태어나서 늙을 때까지 흘러 다닌다(망집부침생로, 妄執浮沈生老)고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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