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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鳥)는 연약한 동물이지만 다루는 솜씨에 따라 반응도 다르다. ‘새가 막다른 곳으로 쫓기면 돌아서 쪼아댄다’(鳥窮則啄)는 말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새뿐이 아니다. 막다른 골목에 몰아 넣어 업신 여기면 반항하지 않은 생명체가 있을까. ‘쥐도 막다르면 고양이를 문다’(窮鼠咬猫)고 했으니 말이다. 밟힌 지렁이가 꿈틀 하는 것은 저항 중에도 가장 슬픈 저항이다.

새를 다루는 방법도 사람 됨됨이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일본 전국(戰國)시대 3걸인(傑人)이 울지 않은 새장 속의 새를 울게 만드는 방법을 놓고도 그랬다고 한다. 우선 고집 세고, 용맹스럽고, 성질 급한, 천하통일의 기초를 닦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는 울지 않는 새는 목을 쳤을 것이라는 얘기다. 새장이라는 막다른 골목의 새가 반항으로 울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꾀와 재주와 지혜로 노부나가 밑에서 성장, 그의 유지를 이어 통일을 완성시킨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울지 않는 새는 울도록 만든다 했다. 적어도 그의 능력으로는 그럴 수 있었을지 모른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평생 동안 인내로서 때를 기다리다 히데요시 사후 통일된 일본을 차지, 평화를 정착시킨 덕장 답게 새장 속의 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최고 인물이란 평이다.

강한 자만이 살아 남던 일본 전국시대 세 영웅의 목표는 통일과 평화였다. 그러나 목표는 같았지만 가는 길은 달랐다. 한 사람은 말을 듣지 않으면 목을 베는 것이요, 또 한 사람은 말을 듣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른 한 사람은 말을 들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었다.

만약 한실(漢室)의 부흥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았던 관우.장비.유현덕에게 새장 속의 울지 않는 새를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장비는 목을 치겠다 했을 것이고, 관우는 울게 만들 것, 유현덕은 울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 답할 법하다.

정부 수립 후 우리 정치지도자들, 특히 역대 대통령들은 새장 속의 울지 않은 새를 울게 하려 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도 박정희.전두환 두 대통령은 ‘괴씸한 새’라며 목을 치는 쪽이었을 성싶다. 울도록 만들거나 울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대통령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은 없었던 것 같다. 혹시 김정일과의 회담을 성사시킨 김대중 전 대통령쯤일까. 대통령 아닌 정치지도자 중에는 김구가 새를 울도록 만들거나 울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아직은 취임해서 얼마 되지 않았지만 노무현 현 대통령은 어느 쪽일까. 울지 않은 새장 속의 새를 칠 것인가, 울게 만들 것인가, 아니면 울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그 방법 여하에 따라 국민들의 삶도 달라질 터이다. 그에게 숨겨진 진정한 모습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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