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인명 피해뿐인가. 방화.축성(築城).마을 소개(疏開) 등으로 인한 재산과 노동력의 손실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의 상상을 크게 뛰어넘는 엄청난 것이었다.
이렇듯 4.3사건은 인명.재산에 큰 피해를 입힌 근현대사 최대 비극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원사료(原史料)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4.3사건과 관련한 법이 제정되고 진상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상당량의 경험담 등을 채록(採錄)한 것은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4.3사건의 원사료들을 수집.발굴.보존하려는 노력 없이 멸실되도록 방치해 두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런 뜻에서 이번 제주시립합창단의 한 단원이 석사학위 논문 작성과정에서 4.3사건 당시 선무공작용으로 지어 부르던 ‘그리운 그 옛날’이란 노래의 가사와 악보를 발굴, 공개한 것은 큰 소득이다.
3절로 된 이 노래는 가사 제목이 말해 주듯 목가적이요, 평화스러웠던 옛날의 제주삶을 노래함으로써 4.3사건을 진무(鎭撫)하려 했던 것이다. 당시 이 노래는 농촌의 계몽극 무대에 올려졌는가 하면, 곧잘 마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었다. 아마 현재 70대 전후의 노인들 중에는 이 노래를 애창했던 이들이 많을 줄 안다. 당국은 이 노래의 가사와 악보를 4.3사건 원사료로 소중히 보관해야 한다.
우리는 이 기회에 학계.자치단체 등에서 반세기 전 4.3사건과 관련한 원사료 수집.발굴 운동을 펼쳐 줄 것을 제의한다. 혹시 당시 양쪽에서 살포한 전단이 나올지도 모르며 4.3사건 때 부르던 ‘그리운 그 옛날’ 이외의 노래들이나 관련 사진이 수집될지도 모른다. 그 때 사용하던 죽창, 철창, 구구식.삼팔식 장총 수집은 물론, 비록 원사료는 못 되더라도 마을마다 쌓았던 석성(石城)의 구조도(構造圖)도 제작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며, 미발굴 4.3사건 실기(實記) 및 문학작품 등도 찾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4.3평화공원에 기념관이라도 들어서게 되면 그 넓은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당국은 하루라도 빨리 사료(史料) 수집에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