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맥주산업 육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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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특색 있는 지역맥주 생산기반을 조성하고자 하는 연구의 일환으로, 얼마 전에 독일의 지역맥주 중심지인 바이에른 지방을 다녀왔다. 독일에서의 깊은 인상은 숲 속에 묻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의 지혜였다. 인구 3만명 정도인 밤베르크 지역에는 전통적인 맥주양조장이 9군데가 있고, 주변 지역에 무려 300군데가 넘는 양조장에서 나름대로 특징 있는 맥주를 생산하는 전통적인 도시였다.

독일은 평탄한 지역으로 물의 흐름이 완만하기에 칼슘이 많이 녹아 있는 알칼리성 물이어서 그대로 마시기가 어려워, 음료로는 대부분 맥주를 마신다는 나라다. 짧은 체재기간이었지만 20여 종의 서로 다른 맥주를 맛보며, 1000년의 양조 역사를 지녔다는 수도원 맥주의 맛을 보기 위해 왕복 200㎞가 넘는 길을 일부러 다녀오기도 하였다. 각기 다른 맥주양조장뿐만 아니라 맥아가공공장, 호프가공공장, 맥주설비공장 등 맥주에 관련된 주요 산업을 두루 견학하면서 독일의 맥주산업을 피부로 느꼈다.

우리의 맥주에 비해 맛이 진하고 쓴맛이 오래 입안에 맴도는 독일의 지역맥주에 익숙해졌는지, 귀국길에 비행기에서 마신 두 종류의 국산 맥주는 거품이 금방 꺼지고 마치 맹물과도 같아 그들의 맥주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

베를린대학과 뮌헨대학의 양조학부에서 엄격한 관리를 통해 양조전문기술자를 양성하기 때문에 이들은 강한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항상 품질 좋은 맥주를 생산하고 있었다.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지역맥주 생산이 허용되면서, 어떤 양조장에서는 형편없는 맥주로 소비자를 현혹시키더라며 동행했던 스페인 출신인 브로우마스터씨의 말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모든 일에 가장 중요한 주체는 사람이며,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일하는가는 그 결과를 예측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지금부터라도 사람을 제대로 키우는 일이 중요하며, 이는 제주양조산업의 발전에 주춧돌이 될 것이다.

농업을 주로 하는 바이에른 지방이 제주농업과 다른 점은 양조산업을 중심으로 농산물을 처리함으로써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는 삶의 방식이라고 여겨졌다. 세계적으로 독일 맥주에 대한 평판으로 들녘은 온통 보리밭이며, 생산된 보리는 대부분 맥주 양조에 이용하고 있다. 맥아가공을 통해 전세계에 수출하는 것은 물론 호프에 대한 세계 수요량의 50%를 독일에서 생산해 가공하고 있다니 부럽기도 하였다.

출고량에서 국내 주류시장의 56%가 맥주로 채워지고 있지만, 아직도 특수맥아를 전문으로 만드는 공장도 없다. 외국으로부터 특수맥아를 수입하거나 값싼 보리를 수입해 일반맥아를 제조함으로써 생산비를 줄이려는 맥주회사를 탓할 수만도 없다. 이 때문에 제주에서 생산되는 맥주보리에 대한 재배계약 물량을 자꾸 낮추려고 하고, 그나마 수매를 꺼리는 현상까지 나타남으로써 보리 재배농가의 마음만 아프게 하고 있다.

제주산 보리, 화산암반수, 그리고 청정 이미지를 살려 자체적인 기술 개발로 일반맥주와 차별화된 지역맥주의 생산기반을 조성함으로써 제주농업과 제주관광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연구를 시도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를 위해 저자는 과학기술부가 제주대학교 발효기술첨단화연구실을 지정한 것을 계기로 지역맥주에 대한 생산기술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농사일이 힘들고 어렵다고는 하지만, 바나나나 감귤 농사에 길들여진 제주의 농민들이 쉽게 돈을 벌었던 과거의 환상에서 빨리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고 대처하는 일이 제주농업의 경쟁력을 갖추는 길이 될 것이다. 또한 제주농업은 가공산업의 발전 없이는 그 한계를 벗어날 수 없으며, 양조산업과 같은 전통산업의 기술혁신을 통한 구조 개선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발상의 전환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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