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데이트 - 제주시향 상임지휘자 이동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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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회 문화사절로 音 색깔 빚어”

제주시립교향악단이 마침내 50회 정기연주회 고지를 넘는다.

1985년 1월 교향악단 전신인 제주시립합주단으로 출범한 지 18년6개월 만이다. 50회 연주회는 그래서 ‘스페셜 콘서트’로 3~4일 이틀간 제주도문예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국내 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 ‘50회’ 기록은 흔치 않다. 서울.부산.대구.광주시향 정도가 50고개를 넘었을 뿐이다.

‘50회’의 기록 뒤엔 이 교향악단의 선장인 제2대 상임지휘자 이동호씨(49)가 있다.

1998년 2월 제주시향 2대 상임지휘자로 부임한 그는 5년간 한눈 안 팔고, ‘연주’만 해왔다. 변방의 시골악단을 국내 중위권 교향악단으로 끌어올린 힘이 바로, ‘한 길’ 노력에 있었다.

2일 만난 그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역할부터 꺼냈다.
“흐르는 시냇물에 뜬 낙엽과 같다. 물이 잘 흐르면 좋지만, 고인 물에선 제역할을 할 수 없다. 물 자체를 계속 흐르게 해줘야 한다.”

그는 지휘자로서 ‘제주시향’ 항해를 시작할 때, 세 가지 생각을 했단다. 첫째 연주에 몰입할 수 있는 단원들의 환경을 활용, 시향의 수준을 끌어올리자. 둘째 지역사회에 필요한 악단을 만들자. 셋째 단원들의 복지 향상에 힘쓰자.

그는 첫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단원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제주단원들은 개인 레슨 경험이 없어 개인기는 떨어졌지만, 합주훈련은 잘 돼 있었습니다. 단원들의 장.단점을 잘 활용해 수준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했죠. 초창기 2년간 ‘단원 스스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실기평가를 통해 수석단원을 차석으로 강등해 일정 수준의 실력을 갖출 것을 요구했습니다.” 혹독한 훈련 때문에 일부 단원에게서 리허설 때 눈을 마주치면 살기를 느낄 정도였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개인기가 잡히자 악단내 실내악 운동을 펼쳤다. 실내악을 하려면 개인기가 우수하고 앙상블 훈련이 되어야 한다. 그는 이를 노리고 오전에는 전체 합주, 오후엔 파트별 연습, 저녁엔 개인연주에 몰입하도록 채찍질을 했다.

그런 혹독한 훈련을 통해 단원들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그 성과는 부임 2년 후 2000년 전국교향악단축제인 ‘교향악축제’에 개막연주를 맡게 되면서 나타났다. “개막연주를 하고 나니 자신감이 붙었고, 중상위권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단원들도 사기가 올랐구요.”

그는 지역사회의 문화사절로서 교향악단이 역할을 하는 데도 힘썼다.
“오케스트라도 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시도로 뮤지컬 ‘자청비’,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춘희’, 창작오페라 ‘백록담’ 등을 공연했습니다. 국제관악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했고, 이동연주회와 제주의 소리(민요) 재현작업을 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와 단원들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제주시향은 꽤 좋은 평가를 받는다. 제주시민들도 이젠 ‘제주시향’은 뭐든지 해내는 예술단, 가능성이 있는 단체로 봐준다. 중앙음악계도 제주시향을 달리 본다. 무한한 도전정신과 패기로 ‘변방’ 딱지를 뗀 옹골진 연주단체로 말이다.

그는 “단원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따라주었다”며 단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주문도 있지 않았다. “오케스트라 역사를 무시할 순 없습니다. 제주시향의 나이는 이제 18세입니다. 제주시향은 많이 연주한 곡이 3~4회인데 유명악단의 경우 1곡을 400번 연주한 곳도 있어요. 단원 스스로 작품에 대한 식견을 갖고, 연주하도록 해야 합니다. 한국악단의 매너리즘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는 앞으로 제주시향이 나아갈 지향점도 명확히 밝혔다.
“베를린 필이 다양한 레퍼토리 수용능력을 갖듯이 제주시향하면 떠올리는 트레이드 마크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현대감각에 맞는 곡을 개발해 레퍼토리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주곡은 낭만후기에서 현대곡이 알맞고, 제주 창작곡 발굴에도 힘써야 합니다.”

그는 이런 지향점을 위한 내부 과제도 잊지 않았다. “시향의 상품가치를 외부에서 와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내외 유명 지휘자를 객원지휘자로 위촉, 새로운 음빛깔을 빚도록 하겠고 유명 연주자와 협연무대를 통해 제주시향의 연주능력이 더욱 발현되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제주 소재 창작곡, 제주의 소리 재현작업 등 역량에 맞는 레퍼토리 개발에 주력할 것입니다.”

그는 ‘떠다니는 낙엽론’을 꺼내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합니다. 세월이 흐른 뒤에 열심히 하고 길을 제대로 갔다는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는 말을 하고.


그는…
△1954년 경남 울산 출생
△경남대 음악과(작곡) 졸업
△1984년 린츠 주립 부르크너 음악원 입학
△1987년 부르크너 음악원 졸업
△1988~1996년 마산시향 지휘자
△1998년 제주시향 2대지휘자 부임
△2000.2002 교향악축제 개막연주
△제주시향 정기연주회 29회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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