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Day를 아세요…공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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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즐겨 찾는 ‘이색 카페’

금요일마다 제주시내서 이벤트
국적·피부색·종교 차별 없는 자유지대


유쾌한 웃음과 맥주 한 잔으로도 축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

테이블은 온통 푸른 눈과 금발의 외국인들이 차지, 이국땅에 온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그러나 밤의 열기가 더해 갈수록 낯섬과 낯가림도 사라지고 이들과 어느 새 친구가 됐다.

# 빨간 가발은 쓴 女주인

제주시 아카데미극장 북쪽 골목 2층에 자리잡은 ‘Play House’는 4~5년 전부터 외국인들의 단골 바(Bar)로 도내에서는 보기 드믄 이색 공간으로 통한다.

올해 45세 안주인 문미영씨, 지난달 27일 금요일 밤 10시 빨간 가발을 쓰고 손님을 맞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이날 금요일 ‘레드데이(Red Day)’, 여성인 경우 빨간 옷을 입고 오면 맥주 한 병이 ‘공짜’다.

사전에 이를 알고 온 여성들은 지난해 붉은 악마의 코드였던 ‘Be the Reds’ 셔츠를 입고 이곳을 찾았다.

문 사장은 “축제나 이벤트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매주 금요일을 특별한 날로 지정하고 그에 맞는 소품과 인테리어를 준비하고 있다”며 “할로윈데이,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에는 10여 일 전부터 축제를 맞이할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밝혔다.

문씨의 남편은 미국인 슈박 필립씨. 이해심이 많은 남편이면서 든든한 동업자인데 여행차 제주에 왔다가 안주인을 보고 첫눈에 반해 6개월에 걸친 구애 끝에 결혼, 제주에 눌러 앉게 됐다.

외국인을 위한 코리아 여행 가이드북 ‘제주도’편에 가볼 만한 술집으로 ‘Play House’가 소개된 것도 남편 슈박씨의 힘이 컸다. 여행 온 외국인들이 책을 보고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안주인은 은근히 자랑한다.

그리고 한 시간 동안 맥주 한 병을 마시는 외국인들의 음주 문화도 당연하다고 밝히는 이해심 많은 사장님이다.

# 이날 만난 친구들

이날 음악으로 흥겨움을 전해준 DJ 제래미씨(28)는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으로 동작이 크고 인상이 반가운 멋진 사내. 빨강머리 앤을 연상케 하는 제시씨(25.여)는 제시씨의 남자친구인 대니얼씨(29)는 이곳의 단골 손님이다.

해물파전, 동동주, 갈비 등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너무 많은 로즈마리씨는 1년 동안 도내 모 대학 강사로 있었고 곧 고향 캐나다로 간다고 했다.

사장 슈박씨의 절친한 친구는 여행차 이곳에 온 멕시코인으로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잘한다. 이름은 ‘Cautorac’이라고 적어는 줬는데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본 발음은 그만 묻혀버렸다.

국적과 피부색이 각양각색인 이날 이들의 직업은 90%가 ‘영어 강사’.
제주에 대한 공통적인 소감으로 “바다가 가장 아름답다”라며 ‘뷰티풀’을 연발했다. 또 제주를 ‘다이아몬드’에 비유한 외국인도 있었다.

주말에는 꼭 야외를 찾는 이들은 평소에도 수십 분 만에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는 매력에 그만 제주에서 2년 이상 눌러 앉은 이들도 있다.

제주에서 불편함은 없지만 공공장소에서의 ‘새치기’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이 건네준 한결같은 답이다.

# 이색공간에서 느끼는 자유

로즈마리씨는 고국의 술집보다 좀 작을 뿐 전혀 다를 게 없다는 게 ‘Play House’에 대한 평.

한쪽에선 맥주를 홀짝이며 다트게임에 열중인 외국인과 큐대를 잡고 포켓볼을 치는 외국인, 흥겨운 음악소리에 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 외국인, 맥주 한 잔을 놓고 대화하는 모습 등….

영화에서나 봄직한 외국의 술집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재현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과 어느새 친구로 지내는 도내 젊은이들도 이들과 하나가 되며 금요일 밤을 보내고 있었다.

격식을 갖추지 않고 부담 없이 편하게 외국인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면 이곳을 찾아도 좋을 듯하다.

여기서는 짧은 영어 실력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유쾌한 술자리에서는 말보다는 마음과 눈빛이 더 잘 통한다.

또 ‘하이(Hi)’라는 말 한마디로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이곳은 국적.인종.이념.종교에 차별이 없는 자유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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