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 구좌읍 돝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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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하게 살오른 돼지 연상되는 곳

누가 저 오름을 ‘돝오름’이라 이름했을까? 통통하게 살이 오른 돼지가 연상되는 돝오름 등성마루엔 지금 계절의 변화가 일고 있다. 온 산을 수놓았던 개민들레와 개망초가 서서히 시들면서 바야흐로 섬잔대와 쥐손이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정상에 서면 눈앞에 질펀하게 펼쳐지는 푸른 숲은 비자림이다. 비자림을 건너온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고개를 들면 적당한 거리에 앉아 있는 다랑쉬오름이 정답다. 오름은 올라서 사방을 둘러보는 맛도 있지만 멀리서 조망하는 즐거움도 그만이다. 이 넓은 섬에 오름 없이 한라산만 덩그렇게 있었으면 얼마나 쓸쓸했으랴?

구좌읍 송당리 대천동 사거리에서 송당 쪽으로 가면 중산간도로인 16번 도로와 만난다. 그 길로 송당초등학교를 넘어서서 성산읍 수산리 쪽으로 진행하다가 왼쪽 비자림으로 가는 포장도로에 들어서면 눈앞에 우뚝 서 있는 돝오름을 만날 수 있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시멘트 포장길로 들어가 목장 철문을 지나면 삼나무 숲으로 비스듬히 정상으로 통하는 길이 보인다.

몇 년 전 늦가을엔 보랏빛 꽃향유가 온 산을 덮더니, 지난주 올랐을 때에는 드문드문 돌가시나무, 솔나물, 타래난초가 오름을 수놓고 있었다. 정상 아래쪽으로 등성이를 따라 돌며 정원수처럼 자리잡은 소나무를 감상하다 망아지처럼 겅중겅중 뛰어도 보고, 풀밭을 뒤져 막 피어 오르기 시작한 들꽃들을 찾는 기쁨을 만끽한다. 들꽃! 아무 돌보는 이 없어도 때를 알고 스스로 피어나는 생명의 외경(畏敬)이여!

가이드 칼럼 column.daum.net/jiborm.
연락처 016-698-1948.

<제주상고 교사·오름오름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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