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오름이 있어 살포시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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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오르미’ 제주 368개 오름 모두 탐방

오름도 그 주인을 알아보는 것일까.
불과 30분 전까지만 해도 짙은 안개로 뒤덮여 등반이 불가능해 보였던 돌오름. ‘산사람’들이 얼굴을 내밀자 안개는 거짓말 같이 저 멀리 달아났다.

지난 12일 오후.
1999년부터 도내 오름을 등반해 오던 오름오르미 회원들은 제주도가 공식 발표한 368개 오름 중 이날 마지막 오름 탐방에 나섰다.

이날 회원들이 찾은 곳은 안덕면 동광리 소재 ‘돌오름’(일명 도너리 오름.해발 439.6m).

동광검문소에서 북제주군 한림읍 방면으로 약 2㎞ 떨어진 도로변에 위치한 이 오름은 예전에 멧돼지가 내려와 노닐던 곳이란 데서 유래됐다.

도내 모든 오름들을 완답하는 뜻깊은 날이지만 회원들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누군가 ‘산이 있어 등반한다’고 했듯이 오름오르미 회원들도 오름이 있어 오름을 찾는 것일 뿐이란다.

오름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그리 험하지 않다.

수풀을 헤치고 오르다 보면 이슬을 머금은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고개를 불쑥불쑥 내민다.

돌담을 두른 무덤 속 주인들도 벌떡 일어나 ‘돌담에 걸터앉아 쉬었다 가라’고 반기는 것 같아 정겹기만 하다.

“사진으로 남겨 학생들의 교육자료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번거롭지 않느냐’는 질문에 제주제일고 교사인 한동호씨는 고개를 돌려 싱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한 교사는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야생화를 찍느라 회원들보다 항상 뒤쳐져 있다.

제주관광해양고에 미술교사로 근무하는 김창하씨도 경관 스케치하랴, 동료들 뒤따르랴 바쁘기만 하다.

김씨 역시 오름 하나하나를 스케치해 학습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란다.

자연에 취하며 20분 가량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정상.

어떻게 올라왔는지 정상에는 어린 조랑말이 어미 곁에 붙어 젖을 빨고 있었다.

“숱하게 오름을 올랐지만 정상에서 조랑말이 반겨 주기는 처음”이라며 오름오르미 회원들은 모두 감탄사를 연발했다.

정상에서 한숨을 돌린 오름오르미 회원들은 각자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그동안 탐방한 오름들과 비교하며 토론을 벌였다.

물론 기념사진 한 컷은 기본.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하산 준비를 서두르는데, 갑자기 이게 웬말인가.
회원 중 한 명이 같이 오느라 고생했다며 바쁘면 먼저 내려가라고 한다.

“너무 아쉽잖아요. 인근에 있는 오름 하나 더 찾은 후에 우리는 나중에 내려갈 겁니다.”

먼저 가라는 오름오르미 회원들의 뒷모습에서 섭섭함보다는 왠지 모르게 친근함이 배어온다.


# ‘오름오르미’는…

도내 교사들 중심으로 구성된 ‘오름오르미’(회장 차문준)은 오름의 멋을 제대로 알아보자는 취지에서 1999년 5월 결성됐다.

차문준 회장을 포함한 9명의 교사들과, 서점을 운영하는 고현권씨 부부 등 11명이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사에 예리한 판단과 지식을 갖추고 있어 오름에 대한 해설을 담당하는 김승태씨, 항상 식물도감을 갖고 다니며 오름의 식생을 알려주는 고석종씨, 회원들간 화목한 분위기를 유도하고 상담 역할을 하는 고현권씨 등 모두가 제 분야를 살리며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회원들의 가정사를 챙기고 오름오르미 홍보에 열심이라는 김연선씨는 오름오르미의 맏언니로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단순히 오름이 좋아 모임을 갖고 첫 출발에 나선 회원들은 그동안 탐방한 368개 오름의 위치와 오름에 서식하는 동.식물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12일을 마지막으로 제주도가 공식 발표한 도내 368개 오름을 모두 정복했지만 앞으로도 오름 탐방은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또 오름과 관련된 기획 전시회를 통해 오름 보호운동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오름 탐사는 매주 토요일 오후에 이뤄지는데, 비회원도 동참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차 회장은 “계절에 맞는 간편한 옷차림에 등산화만 준비하면 오름을 탐방하는 데 누구라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문의 김승태 016-280-6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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