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말을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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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철, 제주대 중어중문학과, 논설위원>


입은 음식물을 먹으라고 찢어져 있고, 마음껏 지껄이라고 터져있는 것이 아닐까? 찢어진 입을 꿰매면 먹을 수 없어 죽을 것이고, 터져있는 입을 틀어막으면 응어리진 마음을 풀 방법이 없어 화병으로 죽고 말 것이다.

먹고 싶으면 먹고 난 후 운동하면 되고, 말하고 싶으면 거짓만 아니라면 멋대로 지껄여 대는 것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해서, ‘입 하자는 대로 한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었는데, 이제는 힘이 들어 욕심껏 운동할 수도 없으니 차라리 먹는 것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한 마디 말을 하려고 해도, 상대방은 거짓으로 치장하여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들며 음해하려고 들지도 모르니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흔히 스님들께서 설법하는 것을 법문한다고 한다. 스님들이 다른 사람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먼저 부처님의 법을 배워 그 근본을 스스로 깨우쳐야 함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런데 도를 이루기도 전에 남에게 자랑하기 위하여 혀끝에 발린 말재주만 일삼아서 깨달음을 얻은 체한다면, 그것은 세속의 명예와 이익을 얻기 위한 탐욕이나 다름없으니, 이런 수행자의 모습은 마치 속은 온갖 오물로 더럽혀진 뒷간을, 겉모습만 푸르스름한 붉은 단청으로 아름답게 꾸미는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다.

들은 바에 의하면, 옛날의 교수들은 함부로 말을 하지 않다가, 사회가 극단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의 교수사회는 날마다 들끓고 있는 용광로의 불꽃과 같이 하루도 쉬지 않고 활활 타오르고 있지만, 그것은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니, 학생들까지도, 교수들이 하는 말들은 모두 가치 없는 헛소리로 들을까 두렵다.

배운 지식으로, 수다스럽게 많은 말을 늘어놓아 교묘하게 상대방을 속여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고 해서도, 자신의 이익을 잃지 않으려고 온갖 말재주로 서로 다투어서도 안 된다.

말이 말 같으려면,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옳다 하며, 본 것을 못 보았다고 하고 보지 못한 것을 보았다고 하여, 명성이나 이익을 얻으려고 허망하고 진실하지 않은 말을 해서는 안 되고, 근거 없는 화려한 말들을 늘어놓아 남의 마음을 속이고 현혹시켜서도 안 되며, 화를 내면서 험하고 거친 말로 꾸짖고 매도하여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입혀서도 안 되고, 이 사람에게 저 사람 말을 하고 저 사람에게 이 사람 말을 하면서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하여 화합을 깨고 싸움을 붙여서도 안 된다.

제주대학이 시끄럽다. 수많은 교직원들이 결정한 일을, 몇 사람이 간단히 무시해버리니 화가 나고, 그렇게 농락을 당하여도 멋모르고 끼리끼리 싸우고 있어야하는 우리의 처지 때문에 자존심이 상한다.

어쩌면 이 모두가 예정된 수순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일을 주도한 교육부 당국자들이 바보들도 아니고, 교직원들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뽑은 총장을 그만한 이유로 거부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반발할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겠는가? 몰랐다면 그런 판단력도 없는 철부지들이 교육부에 앉아 칼을 휘둘러 대는 것이니, 이는 마치 어린아이에게 칼을 맡겨놓은 것 같이 위험한 일일 것이며, 알면서도 굳이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었다면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니 그것이 무엇일까? 느낌은 있지만 근거 없는 것이니 함부로 말할 수 없어 답답하다.

단지 분명한 것은 울고 싶은데 빰을 때려주어 일을 이 지경까지 끌고 갈 수 있게 빌미를 제공한 사람들이 밉고, 더욱이 지금 이 순간에도 혹 자기에게 유리하게 진행되지나 않을까 앞 다투어 끼리끼리 음해하는 말들만 쏟아내고 있는 현실이 슬프다. 정해진 수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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