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의 천연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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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해남·제주대 교수·식물자원환경전공·논설위원>

학교 운동장에 천연잔디를 깔고 있다. 학생들에게도 좋고 이산화탄소도 줄이고 산소를 배출하는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녹색산업이 운동장에서도 시작되는 셈이다.

그러나 편리성 때문에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아서는 안 된다. 육지부에서는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 천연잔디와 인조잔디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다른 지역은 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아도 제주만은 안 된다. 제주의 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겠다는 것은 제주의 가로수를 모두 인조나무로 바꾸겠다는 발상과도 같기 때문이다.

인조잔디의 유해성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충전재로 사용하는 고무분말은 폐타이어를 재활용한다. 그래서 폐타이어가 갖고 있는 문제점인 중금속과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고스란히 갖고 있어서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인조잔디를 깔면 운동장의 온도가 높아진다. 미주리 대학의 인조잔디 운동장에서는 71℃로 측정된 적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오래 뛰어놀면 일사병에 걸릴 위험이 훨씬 커진다.

미국의 질병관리센터(CDC)는 인조잔디구장에서 경기하는 운동선수에게는 내항생물질박테리아(MRSA)가 발생한다고 보고하였다. 이 병은 가벼운 상처로 병균이 침입하여 심장, 폐, 중추신경계까지 번진다. 인조잔디는 딱딱하고 미끄럽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넘어져서 상처를 입으면 위험은 더 커진다.

인조잔디에서는 벤조피렌과 벤젠계 다핵방향족탄화수소(PAHs)가 뿜어져 나온다. 그래서 미국의 학자들은 암 발생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네덜란드의 국가환경연구원(RIVM)은 인조잔디 구장의 고무칩 알갱이에서 독성가스가 발생하고 그 독성가스는 발암성분인 니트로스아민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요즘 어린이들은 아토피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다. 아토피를 앓는 학생에게 합성석유화합물로 만든 인조잔디가 좋을 리가 없다.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인조잔디에서 나오는 가스냄새 때문에 여름에도 창문을 열어놓지 못한다고도 한다. 어떤 체육교사는 하루 4시간 정도 인조잔디에서 수업을 하면 코와 눈이 아플 뿐만 아니라 아토피증상까지 나타난다고 하소연한다.

인조잔디가 천연잔디보다 싼 것도 아니다. 한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려면 4∼5억 원 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천연잔디는 1억 원이면 최고로 좋은 잔디를 깔고도 남는다. 관리비용도 비슷하게 소요된다.

운동장의 천연잔디를 친환경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기술도 아니다. 미생물을 이용한 병해충 방제기술도 많이 개발되었다. 학교 운동장 한 모퉁이에 미생물제제 제조기를 두고 무농약으로 관리하면 교육적 효과도 크다. 잔디를 재배하고 관리하는 기술은 제주지역이 최고이기 때문에 전문회사가 연간 2000만원 정도면 잘 관리할 수 있다.

학교에서 섣부르게 잔디를 직접 관리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잔디관리는 잔디전문 관리회사가 관리해야 무농약으로 잔디도 잘 키우고 교사들의 잡무도 없앨 수 있다. 제주에는 제주유나이티드 FC 구장처럼 전문적으로 잔디를 관리하는 회사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전공이 토양·비료·농약과 관련이 있어서 전국의 많은 골프장에서 잔디를 관리하는 것을 본다. 그래서 학교 운동장처럼 좁은 면적에 무농약으로 잔디를 관리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다른 지역 학교 운동장에는 인조잔디가 깔려도 제주도는 천연잔디이고 친환경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합성물질과 유해물질로 만들어진 인조잔디 위에서 발암물질이 가득한 공기와 잔디 부스러기를 마시면서 운동장에서 놀게 할 수는 없다.

학교 운동장의 천연잔디와 친환경 관리야말로 맑은 물과 맑은 공기를 자랑하는 청정 제주에 걸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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