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고3 모셔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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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대학의 고3 학생 대상 신입생 유치 활동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대학 신입생 모집 인원이 수험생 수를 웃도는 역전현상이 빚어진 이후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올 들어 그 양상이 더 심각해졌다.

제주대는 학과장을 중심으로 입시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고, 탐라대도 이미 도내 28개 고교를 방문해 입시관련 자료를 배포했다. 제주관광대학, 제주산업정보대학, 제주한라대학도 고교 교직원 축구대회 또는 대학 교직원 고교전담제를 도입하는 등 나름대로 일제히 내년도 신입생 유치작전에 돌입했다.

최근 40여 일 동안 도내 실업계 고교를 무려 8차례나 방문해 신입생 유치활동을 편 제주대 모 단과대학장의 사례는 도내 대학이 직면한 신입생 확보난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게 한다. 그의 말대로 정원조차 채우기 힘든 상황에서 학생들이 저절로 찾아오기만을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여름방학에도 연구활동에 전념해야 할 교수들이 신입생 유치활동에 나서야만 하는 대학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기만하다.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과는 폐과될지 모르고, 그렇게 되면 담당학과의 교수도 설자리를 잃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교수들을 ‘신입생 모셔오기’로 내몰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전임교수가 신입생을 확보하지 못해 겸임교수 조치된 경우도 있다는 모 전문대 교수의 말에는 비장감마저 감돈다. 하지만 신입생 정원 미달이 어디 교수들 탓이겠는가.

따지고 보면 각 대학의 신입생 확보난은 자업자득이다. 신입생 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각 대학의 무리한 학과 증설과 정원 증원이 가장 큰 요인이다.
교수들이 신입생 유치에 나선다고 정원이 채워질 리 만무하다. 올해 도내 수능응시 예정자는 8370명에 불과하다. 도내 6개 대학 모집정원 9000명에 630명이 부족한 인원이다. 여기에 다른 지방 대학 진학생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내년 도내 대학의 미충원 인원 역시 올해 수준인 2000명선에 이를 전망이다. 그만큼 다른 지방 학생을 유치해 오지 않는 한 정원 대거 미달 현상은 보나마나다.

각 대학은 학과조정 및 정원감축 등 근본적인 대책을 통해 반복되는 정원미달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대학내 구조조정은 물론 도내 대학간 경쟁력이 떨어지는 유사 학과의 통.폐합까지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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