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를 등치는 도둑들
비리를 등치는 도둑들
  • 양해석
  • 승인 2003.07.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부터 권력층의 ‘검은 돈’ 거래와 관련된 비리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권 말기 권력층이 부정부패에 연루된 각종 게이트사건에 이어 요즈음은 대북송금 비자금 논란과 함께 굿모닝시티 로비자금 정치권 유입문제가 불거지는 등 권력층의 비리로 나라가 시끄럽다.

나라를 이끄는 위정자들이 그래서인지 공직사회나 일반사회에 있어서도 부정과 비리가 일상화된 것은 아닌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헌데 권력층이나 공직자들의 부정과 비리가 파헤쳐지는 것이 사정기관에 의한 것도 있지만 도둑들이나 사기꾼들에 의해서 밝혀지는 경우도 허다하니 세상은 참 요지경이란 생각이 든다.

연일 매스컴을 통해 이슈가 되고 있는 150억원의 현대 비자금 비리문제도 현대그룹이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제공한 돈을 세탁했던 전직 무기거래상인 김영완씨 집이 도둑들에 의해 털린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범인은 김씨의 운전기사였던 A씨를 비롯해 9명으로 밝혀졌는데 정작 도둑을 맞은 김씨는 범인들에게 변호사까지 대주며 편의를 제공했고 사건의 확대를 악착같이 막았다 하니 그 돈은 필시 ‘검은 돈’일 듯싶다.
엊그제는 한 사기꾼에 의해 공직자 비리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황모씨란 사람이 경찰을 사칭해 경남도내 시.군과 교육청 공사담당부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특정업체에 공사를 밀어줘 다른 업체들이 피해를 봤다는 진정서가 접수됐다”며 사건 무마를 위한 돈을 요구했고 실제로 9차례에 걸쳐 820여 만원을 송금받아 챙겼다고 한다.

해당 공무원들은 경찰에서 비리사실이 있어서가 아니라 구설수에 오르기 싫어 돈을 보냈다고 답변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깨끗했다면 돈을 보냈을 리 만무할 듯싶다.

얼마 전에는 불륜 증거를 갖고 있으니 돈을 보내라는 협박 메일에 속아서 사회지도층 상당수가 돈을 보낸 황당한 사기사건도 있었던 걸로 보면 경찰 등에 의해 적발되지 않은 사기꾼과 도둑들의 비리 등치기 사례는 의외로 많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도둑이나 사기꾼들은 범죄자로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지은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부정과 비리를 등치는 도둑이나 사기꾼의 경우 그들보다 오히려 도둑질이나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는 사례가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세상이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때문일 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