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동방의 햄릿’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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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야외무대에서 공연된 극단 노뜰의 ‘동방의 햄릿’은 나에게 연극에서 또 하나의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하였다. 때마침 내린 비는 관주 내내 나를 야릇한 감정에 빠져들게 했다.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은 우리나라의 많은 극단들이 색다른 모습으로 무대에 수를 놓아온 작품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에겐 친숙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관객에겐 항상 다른 맛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극단 노뜰의 ‘동방의 햄릿’ 역시 관객들을 이해시키기엔 어려운 무대였다.

먼저 비가 올 것이란 점을 예상하면서도 고집스럽게 야외무대에서 공연하는 바람에 차량 소음과 빗소리 때문에 배우들과 관객들의 집중력을 모으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번 ‘동방의 햄릿’은 무대 배우의 생명인 언어보다 하나의 어둠이라는 빛과 비언어인 몸짓에 너무 중점을 두어 모든 언어와 줄거리에 대하여 많은 것을 생략하는 바람에 관객들에게 ‘햄릿’을 이해시키는 데 부족했다.

특히 선왕이 살해된 후 어머니와 숙부의 욕정과 욕망의 구성이 약하여 햄릿이 어머니를 증오하는 마음도 아울러 약했으며, 또한 죽은 자들의 망령과 햄릿의 갈등구조, 그리고 선왕의 복수를 하기 위해 숙부의 눈을 속이려고 일부러 미친 듯한 햄릿의 방황과 고뇌의 모습도 없었으며, 복수를 위한 증오심과 숙부를 살해하는 장면의 동기 설정도 미약했다. 좀더 다양한 햄릿의 표현 연기가 관객들에게 가슴 깊이 와 닿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또한 아버지의 죽음을 3개의 가면극으로 표현한 마지막 부분은 시간을 끌어서 관객들을 더욱더 지루하게 했다. 어둠이라는 공간의 빛과 죽은 영혼들에 대한 비언어의 몸짓의 형상화가 관객들의 상상력을 너무 추구하지 않았는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주 관객들을 위해 빗속 야외무대에서 열연해준 모든 배우와 스태프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연극연출가 이광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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