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발하는 ‘로드 킬’… 생태로 확충해야
빈발하는 ‘로드 킬’… 생태로 확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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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가족과 함께 산록도로를 따라 귀가하던 운전자 정모씨(43)는 십년감수했다. 그는 “갑자기 도로로 뛰어든 노루를 피하려고 급제동을 거는 바람에 차량이 다리 밑으로 추락할 뻔 했다”면서 “마침 빗길이 아니었기에 다행이지 만일 바퀴가 미끄러지기라도 했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당시 위험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또 출퇴근으로 5.16도로를 이용하는 고모씨(41)는 “최근 자신의 차량에 야생동물이 치여 죽었다”며 “과속은 아니었지만 빗길이라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동물을 피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토로했다.

이른바 ‘로드 킬(Road Kill)’로 인해 운전자의 안전운전이 위협을 받고 야생동물이 희생을 당하고 있음을 경험한 사례들이다.

로드 킬은 야생동물이 도로에서 자동차에 치여 죽는 것을 말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운전자 입장에서도 위험천만한 일이다. 달리는 차량 앞에 갑자기 야생동물과 마주치면 간담이 서늘하다. 교통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드 킬을 피하려다 사망 등 교통사고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6년 1월 야간 평화로에서 노루를 피하던 승용차가 추락해 운전자가 숨졌다. 2007년 8월 오후 5.16도로에서 노루를 피하던 시외버스가 전복돼 7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처럼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야생동물의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각종 도로개발이 이뤄지면서 이들 동물의 서식지와 필수 이동경로를 단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는 노루의 경우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 도로를 건너다녀야 하고 그러니 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다.

제주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로드 킬 당한 노루는 40여 마리에 이르고 계절적으로 여름철에 사고발생이 잦다고 한다. 다른 야생동물도 피해를 입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도내 중산간 도로가 야생동물의 무덤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럴수록 안전운전에 심각한 위협이다. 로드 킬 예방대책이 절실하다.

현실적 대안은 야생동물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전용 생태통로 시설 확충이다.

제주도는 정부의 친환경 도로건설 지침에 따라 도로설계에 생태통로를 반영하고 있으나 아직은 그 수부터 태부족하기 때문이다.

생태계 모니터링을 통해 생태통로 수를 대폭 늘리고 크기와 위치도 다양화해야 한다.

위험도로에는 아예 야생동물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치는 방안도 검토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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