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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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인용되는 내용이지만 중국 청나라 때 학자인 김성탄(金聖嘆)의 낙(樂)은 언제 들어도 본뜨고 싶은 낙이다.

장맛비로 인해 사찰에서 열흘간 머물 때 인생의 즐거움으로 생각했다는 그의 33가지 낙 가운데 차용문서에 대한 이야기는 넉넉한 마음이 물씬 풍겨날 정도로 압권이다.

이야기인 즉, ‘저녁을 먹은 후 할일이 없어 무심코 문갑을 열어 본다. 오래 전에 돈과 양식을 빌려간 사람한테 받은 차용문서가 수십 장 쏟아진다. 그 빚쟁이 가운데는 이미 고인이 된 사람도 있고 살아 있는 친구도 있다. 이 문서를 꺼내 한 장 한 장 등잔불에 태우며 돈뭉치가 연기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본다. 이 어찌 즐겁지 아니 하겠는가’라는 것이다.

듣고만 있어도 동네 구멍가게에 들러 막걸리 한 사발로 갈증을 축인 것 같다.

▲한자음 ‘樂’은 세 가지 발음을 가진다.

즐기다 또는 즐겁다는 뜻일 때는 ‘낙(락)’으로 읽는다. 오락(娛樂)이나 쾌락(快樂)외에도 일이 잘 되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세상사를 희망적인 것으로 본다는 뜻인 낙관(樂觀)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노래 또는 악기라는 의미로 쓰일 때는 ‘악’으로 읽는다. 음악(音樂)이나 악대(樂隊), 역사상 위대한 음악가를 높이는 말인 악성(樂聖)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한 좋아하다는 뜻일 때는 ‘요’라고 읽는다. 대표적인 예로 논어(論語)에 나오는 말 가운데 삼요(三樂)가 있다. 이는 곧 예악(禮樂)과 사람의 착함과 어진 벗이 많음을 좋아하는 익자삼요(益者三樂), 교만과 놀기와 주색을 좋아하는 손자삼요(損者三樂)를 일컫는다.

▲노래 ‘악’, 즐길 ‘낙’, 좋아할 ‘요’를 다 아우르는 게 피서 시즌이다.

아마도 이번 주가 여름 땡볕치고 최고 절정으로 치닫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다.

어딜 가나 북적대는 피서객들은 산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한다.

이른바 ‘요산요수(樂山樂水)’다.

논어의 옹야(雍也)에 나오는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智者樂水)’에서 유래된 말로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사람은 누구나 산수(山水)의 경치를 좋아하고 자연과 함께 지내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옛말에도 즐거움이 정도를 지나치면 탈이 난다고 했다.

모처럼의 여름휴가가 망치지 않도록 자연 앞에 항상 겸손해야 함을 잊지 말 일이다.`<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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