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와 패가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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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강남구와 강남경찰서가 강남 일대에서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각종 납치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관내에 설치된 CCTV(폐쇄회로TV)를 올해 말까지 340대로 확대하겠다고 해서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CCTV 촬영이 ‘헌법에 보장된 인격권과 사생활 보호 정신에 위배되는 불법 행위’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해당 지역 주민들은 CCTV 확대 설치를 적극 환영했다고 한다.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90% 가까이가 CCTV 확대 설치에 찬성한 것이다.

엄연한 ‘몰래카메라’임에도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 정도의 사생활 침해는 감수하겠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생각이었던 셈이다.
숱한 부정을 저지르며 정권 연장에 전념했던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은 ‘몰래카메라’로 패가망신했다.

심복이었던 국가정보부장 몬테시노스가 당적 변경을 요구하며 돈으로 야당 의원을 매수하는 장면이 TV를 통해 공개됐고, 후지모리는 결국 집권 10년 만에 권좌에서 쫓겨나 일본으로 도망가는 신세가 됐다.

최근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우리나라 청와대 제1부속실장도 이른바 ‘몰카’ 한방에 나가떨어졌다.
부속실장이 조세 포탈 및 윤락행위 방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나이트클럽의 실질적 소유주에게서 술 대접을 받다가 ‘몰카’에 찍혔고 이 테이프가 한 공중파 TV에 방영됐다.

더욱이 최고 권력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사람이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서 부적절한 술 대접을 받은 것도 문제였지만 청와대 진상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한 점이 드러나 결국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

우리나라에서 ‘몰래카메라’의 원조 격이라면 아마도 수년 전 모 방송사가 방영했던 ‘이경규가 간다’라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법을 지키는 사람들을 찾아내 선양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법과 양심이 넘치는 사회로 만들자는 프로그램이었다.

이후 온갖 종류의 몰래카메라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몰카’는 개인의 사생활을 들춰내 웃음거리로 만들거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내용들이었다.

지금 세상은 가히 ‘몰카의 홍수시대’라고 할 정도로 몰래카메라가 범람하고 있다.
처신을 함부로 하다가는 패가망신 당하기 딱 좋은 세상이다.

그러나 ‘누가 없이 혼자 있을 때라도 몸가짐을 항상 바르게 하라’는 논어의 가르침을 명심한다면 ‘몰카’를 크게 두려워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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