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올라가고 있는 소나무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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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눈에는 성냥개비가 성냥갑과 부딪치는 순간 불이 붙는 줄 안다.

실제로는 성냥개비가 성냥갑과 부딪쳐 어느 정도 거리를 둔 후 불이 붙는 것이다. 속도가 너무 빨라 사람들 눈으로는 쉽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초고속 카메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너무 느리게 세상이 바뀌는 모습도 사람들 눈으로는 쉽게 알 수 없다.

제주도의 소나무들이 기온이 낮은 곳을 쫓아 한라산 쪽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을 누가 쉽게 알 수 있겠는가.

전문가들은 한라산 고지대에 살고 있는 구상나무들이 따뜻한 기온 때문에 죽어가고 있고, 그 자리를 소나무들이 대신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해 한라산 고산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해발 1000m 이상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는 한 대성 수종인 구상나무 숲의 면적이 1967년 935㏊에서 2003년 617㏊로 34%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기온상승으로 겨울이 짧아지면서 한라산에는 극지·고산식물인 돌매화 나무, 시로미, 솜다리(에델바이스) 등이 쇠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한 현상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 씩 조금 씩 이뤄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없는 것이다.

어디 소나무 뿐 일까.

오래전에 고향이 강원도인 한 사나이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1970년대 중반 제사상에 놓였던 감귤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처음 보는 과일이어서 어떻게 먹을지를 몰랐던 것이다.

그는 결국 사과나 배와는 다르게 껍질 째 먹었다며 감귤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1970년대 강원도에서는 감귤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제주도만의 과일이었던 감귤도 이제는 전라도 지방에서 재배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온난화로 감귤의 북방한계선이 점차 북상하고 있어 언젠가는 강원도에서도 감귤재배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 때 만났던 강원도 사나이는 이를 반기겠다.

또한 지금은 우리가 감귤을 북한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나, 시간이 오래 지난 후에는 북한산 감귤을 우리가 사 먹어야 하는 시대가 올지 모르겠다.

제주지역 바다 속은 어떨까.

귀상어, 민전갱이, 깃털제비활치, 보라문어.

이들 모두는 아열대성 어류들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최근 이들 어류들이 제주 남방해역에서 잡히고 있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4월에 제주도 주변 해역에서 아열대성 새우류 2종과 가재류 1종, 게류 1종을 발견했다.

이들 어종은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은 것 들이다.

새로운 어종들이 제주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것은 제주의 어종들은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제주해역에서만 잡히던 자리 돔이 울릉도나 독도 해역에서 잡히고 있다.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자리 돔 중에는 다른 지역에서 잡힌 것들이 많다고 한다.

하늘에서도 마찬가지다.

붉은부리찌르레기는 중국 남부와 필리핀, 일본 등지에서 서식하는 철새다. 이 새는 2000년 인천 강화도에서 처음 발견됐고, 2007년 6월 제주시 한림읍에서 번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 처럼 새들도 기온변화에 적응하면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동·식물도 생존을 위해 자신의 DNA가 살기에 좋은 곳으로 이사하고 있는 셈이다.

온난화를 예방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현재 이뤄지고 있는 생태계의 변화추이를 파악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람만이 새로운 생태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라산으로 올라가고 있는 소나무가 보입니까?<박상섭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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