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복지정책은 ‘일자리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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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콩의 상가(喪家)에는 ‘대학생 부대’가 뜨고 있다 한다. 여름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찾지 못한 대학생들이 관(棺)을 운반하거나 장례식을 돕는 ‘상사(喪事) 도우미’로 나선다는 것이다.

과거 외환위기 시절 한국에서 일부 대학생들이 영안실에서 아르바이트로 시체를 닦던 것과 닮은 꼴이다. 홍콩 경제가 몇 년째 죽을 쑤다 보니 젊은층 고통이 기성세대 못지 않아 ‘백수 탈출’을 위한 몸부림이 아닌가 싶다. 1인당 소득이 2만달러를 넘는 홍콩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라 왠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3년 전 남편이 실직한 후부터 생활비를 마련할 길이 없던 세 자녀의 어머니. 그는 애들을 돌보느라 일자리조차 구할 수 없었다. 결국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자녀들과 함께 인천의 한 고층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했다. 1만~2만원이 없어 자식이 아파도 병원에 데려 가지 못한 절망적 상황이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이다.

참으로 힘겨운 여름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라는 구호와는 어울리지 않게 ‘사회적 타살’이라는 참담한 신조어가 회자되고 있다. 허나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사회적 타살 그 자체가 아니다. ‘서민층 대몰락’의 징후로도 볼 수 있는 최근의 심각한 빈곤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의 정책 결정자와 정치인, 그리고 일부 부유층이 보여주는 무감각이 우리를 더욱 힘겹고 참담하게 만들고 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최근 생활고로 인한 자살사건이 빈발하고 있는 것과 관련, 긴급토론회를 갖고 문제점과 대책을 논의한 바 있다. 여기서 발제자들은 “최근 벼랑끝 계층 자살 사건의 원인은 사회안전망에 사각지대가 존재하며 실업과 비정규직화로 인해 일하는 빈곤층이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회적 지원체계가 무너진 구조적 한계로부터 비롯된 것이므로 개인적 차원의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적절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지 않을 경우 사회적 타살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며 전국민에게 보편적인 사회보장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제도 정비와 재정지출계획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생계와 의료, 주거, 교육과 같은 기본적 요소에 대한 긴급구호의 국가보장과 함께 ‘퍼주는 복지’가 아닌 공공의 일자리를 창출해 안정적 수입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례로 시중의 한 은행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 20대 절반 가까이가 여전히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며 ‘백수’라는 딱지에 좌절감을 맛보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은 우리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게다가 채무재조정을 통해 채무자의 신용회복을 돕는 개인워크아웃제 도입 9개월 만에 신청자가 2만명에 육박한다는 얘기나 갈수록 쪼들리는 살림 때문에 생의 ‘최후의 보루’로 여기는 적금이나 보험을 해약하는 서민들이 많다는 소식 역시 우리를 더욱 힘겹게 한다. 그만큼 서민들의 가계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방증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조사에서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7만8000명이 줄었다 한다. 매년 그만큼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내도 모자랄 판에 거꾸로 일자리마저 파괴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쯤이면 소득 2만달러 시대는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말이 있지만 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일자리가 없으면 수입이 없고 빚을 지게 된다. 건강을 돌보지 못하고 교육조건이 어려워지는 것은 자명하다.

빈곤의 악순환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절대 빈곤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할 때다. 죽음으로 내몰리는 빈곤층을 살리기 위해 정부와 사회 구성원 전체가 나눔과 상생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 “절망적인 것은 빈곤층 가정의 어린이들의 마음 속에서 희망과 꿈이 점점 사라지는 일이다.” 어느 복지단체의 절박한 얘기를 곱씹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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