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감기만도 못하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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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다.

무엇을 잃어버린 후에야 그 소중함을 알고 반성한다는 의미이다.

이에 예방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자칫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인플루엔자A(신종플루)의 안전지대라던 대한민국의 감염자 수가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의료현장마저 혼선을 겪고 있다.

그렇기에 당국은 당국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요즘이다.

얼마 전 ‘감기만도 못하다’고 너스레를 떤 정부의 태도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지난 24일 신종플루와의 선전포고를 선언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종플루와 관련한 긴급예산 배정을 지시하고 정부가 각급 기관에 모임과 행사를 금지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처방이 나오고 있다.

신종플루가 사실상 대유행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절박한 현실 인식에 기초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 24일 현재 전국의 신종플루 감염자 수는 3100여 명에 이른다는 게 정부의 발표다.

지난 7월 22일 1000여 명을 넘어선 뒤 한달 만에 세배로 불어난 것이다.

최근에는 매일 1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나오는 등 확산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한다.

제주지역 역시 심상치 않다.

같은 시기 도내 신종플루 확진환자는 도민 등 63명으로 이 가운데 13명이 병원 또는 자택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그동안 환자 대부분이 다른 나라 또는 다른 지방에서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제주가 비교적 안전지역으로 여겨져 왔으나 이제는 도민 모두가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초기대응이 부적절,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바람에 신종플루 확산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도를 보면 영국 정부는 항바이러스 약물을 인구의 50%를 비축해 발열 증세가 있는 사람이 전화 한 통만 하면 처방전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후 사흘 만에 15만명분의 약이 나갔고 확산일로이던 신종플루 감염이 주춤해졌다.

또 스위스는 인구의 100%를, 프랑스는 50%, 미국과 일본은 20~25%를 ‘안보’ 차원에서 항바이러스 약물을 확보한 상태다.

반면 우리 정부가 현재 확보한 항바이러스제는 비축분 248만명분과 10월 입고 예정으로 구매계약이 완료된 283만명분까지 합쳐 531만명분 뿐이다.

인구의 11% 수준에 머문다.

바이러스 힘이 더 강해지는 9~12월에 신종플루 감염자가 폭증하면 치료제가 금세 바닥날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래서 정부는 신종플루의 백신을 올해 안으로 항바이러스제 500만명분을 추가로 확보, 인구대비 2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결정했으나 제때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이미 개학철을 맞은 중.고교는 실종플루 공포감으로 개학 연기, 휴교에 들어가는 곳이 늘고 있다.

특히 관광지인 제주는 1일 평균 공항 이용객만 3만5000여 명에 이르고, 공항내 근무자가 5000명을 넘어 신종플루 확산 가능성이 더욱 높은 실정이다.

이럴 때 관계당국은 예방수칙만 강조할 게 아니라 보다 구체적인 대처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손을 자주 씻는 것이 차선책이라면 집단 발병 우려가 높은 학교에서나마 손 씻는 시간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마스크를 해야 한다면 모든 학생에게 마스크를 지급해서라도 학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야 한다.

이렇지 않고서야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학교에 보낼 수 있겠는가.

조금 전의 일도 금세 잊어버리는 어린이들의 행동양식을 어른들의 시각으로만 가늠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평소에 준비가 철저하면 후에 근심이 없다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뜻을 다시금 새길 때다.
<함성중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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