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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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칠월칠석(음력 7월 7일)이다.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까마귀와 까치들이 만들어 놓은 오작교에서 1년에 한번씩 만났다는 애틋한 사랑의 전설을 간직한 날이다.

칠석을 전후해 견우성과 직녀성이 초저녁에 하늘 가운데 뜨고 양수가 겹치는 왕성한 날이기에 늦여름의 풍속으로 내려왔다.

은하수를 가운데 두고 앞에는 견우, 뒤에는 직녀가 그려져 있는 409년에 축조된 평양 덕흥리 고구려 고분벽화가 칠월칠석의 오랜 유래를 잘 말해준다.

칠석에는 처녀들이 견우성과 직녀성을 보며 바느질 솜씨가 늘기를 빌고, 선비와 학동들은 두 별을 제목으로 시를 지었다.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 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문병란 시인의 ‘직녀에게’ 일부다.

70년대 중반에 발표된 이 시는 시집 ‘땅의 연가’에 수록됐는데 통일을 염원하는 서정시로 유명세를 탔다.

1985년 대학생 가수 김원중이 음반으로 취입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고, 분단의 아픔과 통일을 그리는 심정을 절절히 담아냈다.

▲“오작교가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을 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 칼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이별은 끝나야 한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을 노둣돌 놓아/ 슬픔은 슬픔은 끝나야 한다. 연인아”

통일과 동서화합의 노둣돌을 놓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떠났다. 6일간의 국장에서는 남북·동서 간 화해와 용서, 통합 논의가 이루어졌고 고인은 화해와 통합의 씨앗을 심고 영면했다.

오작교가 없어도 말라붙은 가슴을 눈물로 녹여서라도 통일과 동서화합을 위해 진력했던 고인이었기에 올해 칠석을 맞는 감회가 새롭다.

칠석 아침에 내리는 비는 견우와 직녀가 상봉하면서 흘리는 눈물(七夕雨)이라고 한다.

막바지 기승을 부리는 늦더위에 비라도 한줄기 뿌렸으면.

<김홍철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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