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仁者)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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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우리나라 풍광을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 칭송했다.

수려하고 장엄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산천의 아름답기가 비단에 수를 놓은 것 같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촌락들은 항상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하천이 흐르는 곳을 찾아 모였다. 풍수지리상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지세를 택한 것이다.

그런데 몇 년 전 일이다.

강원도에서 2002년부터 태풍 루사와 매미 등 초대형 수해와 대형산불 피해가 3년 연속 반복됐다. 물가엔 물난리가 났고 산 밑에선 불난리가 난 것이다.

이를 놓고 일부에선 풍수지리상 전통적인 집터개념이 무너진다는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배산임수는 산이 뒤에서 받쳐주고 물을 앞에 둔 형국의 땅을 말한다.

지금도 사람들은 주거공간을 따질 때 배산임수를 집터 명당의 제1요건으로 삼는다. 과학적으로도 산은 차가운 북서계절풍을 막아주고 물은 머리를 지혜롭게 식혀준다.

현대에 와서 배산임수의 지세를 취한 지역은 단연 서울 한남동(漢南洞)이 으뜸이다.

한자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강(漢江)과 남산(南山)이 결합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어서다. 게다가 풍수해석상 영구음수(靈龜飮水)라 해서 신령스러운 거북이가 물을 마시는 탁월한 길지(吉地)라고 한다. 풍수(風水)는 글자 그대로 바람과 물이다. 바람은 건강을, 물은 재물을 주관한다.

▲우리나라 최고 부촌 한남동이 법정 다툼에 말려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서울서부지법은 이 동네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바로 코앞에서 한강 조망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과 신세계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건물신축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예전에도 조망권 다툼은 종종 일어났다고 한다.

물론 소송의 핵심은 한강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다.

제주지역도 크게 보면 풍수상 배산임수 형국이다.

뒤로는 민족의 영산 한라산이 버티고 서 있고, 앞으로는 태평양 제주바다가 굽이친다.

휴일이면 산을 오를 수 있으니 인자요산(仁者樂山)이요, 피서시기엔 물을 찾을 수 있으니 지자요수(智者樂水)가 따로 없다. 이른바 산과 물을 좋아하는 요산요수(樂山樂水) 지세다.

그런데 산행 인파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제주지역은 재물보다는 건강을 챙기는 어진 사람들이 더 많은가 보다.<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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