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 짚고 휠체어 타며 장애체험한 선생님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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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3㎝ 문턱이 태산처럼 높았어요”

초·중등교사 50명 제주영지학교서 연수
기초수화·점자 배우며 장애인요양원 등 방문
“내겐 하찮은 것도 장애아들에겐 커다란 어려움”


“누구나 장애물 없는 인생을 살아갈 수는 없지만 비장애인에게 어떠한 어려움도 되지 않는 것이 장애인들에게는 태산과 같은 어려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몸이 불편한 어린 학생들이 얼마나 힘들게 세상살이를 하고 있는지 어렴풋이나마 깨달았습니다.”

장애인들의 불편을 스스로 체험함으로써 특수교육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26일 ‘초.중등 교원 장애체험 연수’가 26일 제주영지학교에서 열렸다.

이날 장애체험 연수에는 유치원을 비롯한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여름방학을 맞아 장애체험 연수를 희망한 교사 5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모두 4개 조로 나뉘어 지체부자유 체험을 비롯해 청각장애, 시각장애, 수화 배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고통과 어려움을 체험했다.

특히 지체부자유 체험에 참가한 교사들은 휠체어를 타고 학교 기숙사~우천로~기숙사로 되돌아오는 체험을 하면서 “내 자신에게 하찮은 것도 장애아동들에게는 커다란 어려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이 교사들은 휠체어를 타고 높이 3㎝ 정도의 문턱 앞에서 이동하지 못해 쩔쩔매기도 했다.

김문일 교사(일도교)는 “비장애인에게는 눈길조차 끌지 못하는 3㎝가 장애아동들에게는 태산처럼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실 문턱도 이러한데 장애아동들이 휠체어를 타고 도로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정말 고통스러울 것 같다”며 고개를 휘저었다. 그러면서 일도교의 경우 장애아동들이 통행에 자유로울 수 있도록 최근 교실수선공사를 하면서 교실문턱을 지면과 같게 낮췄다고 덧붙였다.

이어 다른 교사들도 문턱을 정면으로 넘지 못한 채 휠체어를 뒤로 이동해 겨우 문턱을 내려간 후 “휠체어 운행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며 땀을 비오듯 쏟았다.

목발을 짚고 계단보행에 나선 참가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무릎에 붕대를 감고 목발을 짚고 일어선 참가자들은 본관~2층~경사로~본관을 보행하면서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여러 차례 쓰러진 한 교사는 “장애아동들이 나처럼 쓰러진 후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라고 읖조리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시각장애 체험에 나선 교사들은 물안경을 쓰고 흰지팡이를 이용해 장애물이 설치된 교문 앞 100m 목표점으로 되돌아오면서 여러 차례 장애물에 걸려 넘어졌다. 이어 참가자들은 소리를 듣지 않고 표정이나 몸짓으로 TV 내용을 전달하는 청각장애 체험, 기초 수화 배우기, 점자의 기초 알기 등 다양한 장애체험을 했다.

에바다농아교회 정휘준 목사의 ‘장애극복 사례 강의’시간은 “장애아동과 장애인들에게 그동안 너무 무심하지 않았나”하는 반성의 시간과 함께 “학교에서나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보면 먼저 손을 내밀어 도움을 주겠다”는 다짐의 시간이 되었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비가 올 때 목발을 짚은 장애인에게 우산 받쳐주기, 택시를 잡으려고 쩔쩔매는 장애인을 만나면 택시 잡아주기, 엘리베이터 앞에서 열림 버튼을 눌러주기, 장애인에게 미소 먼저 보내주기 등 ‘장애인 먼저’ 운동 100대 항목이 실린 연수교재를 읽어 내려갔다.

차명애 제주영지학교 교사는 “비장애인들에게는 별 것도 아닌 것이 장애아동들에게는 넘기 힘든 장애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며 “많은 선생님들이 이번 체험활동을 통해 장애아동들의 어려움을 느낀만큼 일상으로 돌아간 후 장애아동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체험에 나선 교사들은 27일 제주장애인요양원과 정신지체복지시설인 광령송죽원을 방문해 장애아동들과 함께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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