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아내 외도에 남자들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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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YWCA ‘남성의 전화’
상담요청 한 달 10건


가정과 직장 일에 쫓기며 앞만 보고 달려온 남편들이 실직, 가정불화, 아내 외도 등으로 남모르게 눈물을 훔치고 있다.

가정경제 악화 속에 성 개방, 맞벌이 등으로 여성의 지위와 경제권이 향상되면서 남편들은 ‘고개 숙인 남자’로, 때론 인생 황혼기에서 ‘위기의 남성’으로 내몰리고 있다.

남성문제 상담전화인 제주YWCA ‘남성의 전화(747-3043)’에는 최근 한 달 평균 10여 건의 상담 요청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상담을 한 양경현씨(60.가명)는 가정주부로 성실했던 아내가 사교춤을 배우게 되면서 외도, 결국 집을 나갔다며 말 못할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던 박창국씨(54.가명)도 자녀를 장성시켜 놓은 마당에 최근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주저하며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남성의 전화’ 한 상담원은 “부부간 또는 자녀와 불화를 겪는 남자들이 많지만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상담을 꺼리는 점을 감안하면 혼자 고민하는 남성은 훨씬 많을 것”이라며 “특히 최근 상담을 통한 가정불화의 원인을 보면 부인 또는 자녀의 카드 빚 등 경제적 문제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18일에는 A씨(39)가 5년 동안 동거한 아내로부터 상습적인 협박에 시달리며 돈을 뜯기다 경찰에 신고했으나 고소를 취하하고 합의를 한 일이 있었다.

또 2001년 부인과 이혼한 후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던 B씨(30)가 제주시내 세 들어 사는 자신의 방에서 알코올 중독으로 혼자 숨을 거뒀고, 이에 앞서 지난 4일에는 C씨(61)가 빚 문제와 부인과의 이혼 등으로 신세를 비관하다 남제주군 해안 암벽의 한 소나무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9세 이상 성인 가출자 560명 중 남성 가출자는 219명으로 약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경제적인 다툼과 불화로 인해 한 집안의 가장이 집을 나가 경찰에 가출신고를 하는 경우도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경찰 관계자는 “남성 가출자는 가출 기간이 여성보다 오래지는 않지만 부인과 가족을 두고 가출한 경우 다시 가정에 복귀한 후에도 술에 의존하는 등 적잖은 후유증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한 해 도내 이혼율을 살펴보면, 갱년기와 권태기 등에 처한 시기인 40대 초~중반 이전(40~44세)은 1000명당 17건(아내 기준)으로 전국 16개 시.도 중 전국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여성도 정당하게 자신의 몫을 요구할 수 있는 재산분할청구 등의 제도가 뒷받침되면서 법정다툼을 벌이는 재판이혼과는 달리 몇 분 이내에 절차가 끝나는 협의이혼도 올 들어 크게 증가했다.

제주지법에 따르면 올 상반기(7월 말 기준) 현재 협의이혼 허가 건수는 107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0건보다 29.3%가 늘었다고 밝혔다.

도내 한 가정 상담가는 “경기침체, 실직, 조기 퇴직 등으로 도내 남편들도 가정 안팎에서 설 입지와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어 보이지 않는 냉대와 무시를 받는 가장들이 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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