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거물급 정치인의 소통
두 거물급 정치인의 소통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교수가 지각한 학생에게 물었다. “왜 지각했니?” “죄송해요. 다음부턴 이런 일 없도록 할게요.” “무슨 대답이 그러니. 나는 지각한 이유를 묻고 있어. 왜 질문엔 대답하지 않고, 엉뚱하게 죄송하다는 얘기부터 꺼내니.” 그제 서야 학생은 버스를 놓쳐 강의시간을 맞출 수 없었다고 했다.

알고 지내는 도내 모 대학 모교수가 전해준 일화다. 서울출신인 그는 제주인의 대화에는 이 학생의 경우처럼 핵심을 비켜가는 묘한 특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적당히 서로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아래 대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 학생의 경우가 그 예다. 지각한 이유를 교수가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 탓에 교수의 질문을 질책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니 이유를 설명하는 단계를 뛰어넘어 용서를 구하는 순서를 밟았던 것이다. 곰곰이 따지면 이런 사례를 우리 주위에 흔하다. 대화의 핵심보다 상대의 분위기나 느낌, 혹은 말투나 감정을 보다 중요시하면 이 경우에 속한다. 이때 내린 결론은 나중에 틀어질 수 있다. 서로가 상대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인의 대화법은 대체로 두루 뭉실한 것 같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탈당한 심대평 전 대표의 얘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두 거물급 정치인의 상반된 주장을 들여다보면 소통의 문제가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임을 엿볼 수 있다. 국민과의 소통에 최고 전문가야 할 거물급 정치인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 보도된 심 전대표의 얘기부터 살펴보자. “이 총재는 구체적 설명 없이 ‘그런 얘기(자유선진당과 청화대간 총리 입각 교섭)가 있었으니 그냥 그렇게 알고 있으시오’라고만 했다. 모든 게 그런 식이었다.” 또한 청와대로부터 직접 총리입각에 대한 연락이나 협의를 한 적도 없고, 이 총재를 통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심 전대표의 얘기대로라면 이 총재는 정보를 독점하고, 당사자와 구체적인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일처리를 한 셈이다.

반면 이 총재는 “청와대와의 협의내용을 심 대표에게 얘기해줬으며, 이번엔 여건이 되면 총리로 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총재의 얘기대로라면 심 전대표가 오해를 하고 탈당을 감행한 셈이다.

어쨌든 두 사람은 위대한 리더의 조건에는 흠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위대한 리더는 대화의 장애요소를 뿌리째 뽑아 정보가 흘러넘치게 하는데 이 부분에서 그들은 부족함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인데 오해를 줄이기 위해선 많은 대화가 아니라 핵심을 찌르는 대화가 필요하다. <현창국 e-news사업본부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