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관광 마로(馬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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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쾰른체육대학은 세계 최고의 명문 체육대학중 하나다. 월드컵 경기장과 마주한 이 대학의 풍광은 매우 아름답다. 7-8m가 넘는 나무숲으로 둘러싸여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니 이 일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초토화됐다는 역사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대학을 에워싼 나무숲에는 이색적인 이정표와 폭 2-3m의 길이 나 있어 여행객의 눈길을 끈다. 그 이정표를 보면 말이 다니는 마로(馬路)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눈썰미가 없는 여행객이라도 그 길을 거닐다보면 말을 탄 그곳의 주민이나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쾰른의 마로 총길이는 약 100km에 달한다.

▲독일은 2차대전후 농가소득의 일환으로 승마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그 덕에 현재 승용마 생산은 연간 7만두, 그리고 전체 승용마는 100만두 가량에 이른다. 또 산업 규모는 20조원으로 성장세가 눈부시다. 프랑스, 네덜란드 등 인접국가가 근래 승마산업에 뛰어든 것은 독일의 이 같은 성공 때문이다. 쾰른에서 매년 400 여 업체와 8000 여명의 바이어 등이 참가하는 세계 승마용품 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닌 셈이다.

▲독일의 승마산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마로와 같은 인프라 때문이다. 쾰른처럼 독일 곳곳에는 마로가 건설돼 있고, 소위 마방이라 할 수 있는 시설들이 들어차 있다. 쾰른체육대학 인근에도 승마 교육시설이 있다. 골프장의 클럽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편의시설을 갖춘 곳이다. 농촌에는 규모가 아담한 숙박시설의 ‘마방’이 있다. 이용객들은 이곳에 며칠간 머물며 승마를 즐긴다. 이 시설 주인은 말 관리와 임대사업 등으로 높은 소득을 올린다. 또한 ‘마방’은 어린이들의 온갖 호기심을 채워주기도 하고, 혹은 재활센터로 활용되기도 한다.

▲독일의 성공은 ‘말의 고장’ 제주에겐 희망적이다. 승마산업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이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는 부족했다. 특히 승마산업 인프라 조성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 차에 근래 행정안전부의 국민아이디어 공모에서 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된 ‘관광 마로’ 건설안이 나와 다행이다. 이 안은 산악 및 해안지역에 약 120km의 마로와 5-6개의 승마터미널을 만들어 제주형 승마산업을 육성하자는 내용이다. 현재 이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제주는 ‘말에 얽힌 스토리’에 관한한 독일을 앞서고 있다. 일례로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서 제주마를 검색하면 수십 건이 뜬다. 속담에서부터 입으로 전해진 얘깃거리도 상당하다. 이는 제주 승마산업을 제 궤도에 오르게 하는, 우리만의 자산이 될 것이다.

<현창국 e-news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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