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왕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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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꾼에 의하면 염라국(閻羅國)의 대왕(大王)도 이제는 현실적이 된 모양이다.
염라대왕이 인간세계를 굽어 보다 싸움으로 편할 날이 없는 어느 마을을 찾아냈다. 대왕은 사자(使者)에게 잘못한 죄인을 잡아오라고 엄명했다. 현장 조사를 끝낸 사자는 그만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조사 결과 원래 그 마을은 도둑놈촌으로서 훔친 물건을 서로 나눠 갖는 등 평소에는 매우 평화스럽고 이웃 간에 사이 좋은 마을이었다.
마을의 평화가 깨지기 시작한 것은 평생을 올곧게 살던 한 선비가 이 마을로 이사오면서였다.

이 선비는 곧잘 남의 일에 참견해서 도둑질하면 못 쓴다느니, 훔친 물건을 돌려주라느니, 어린이와 부녀자, 노약자들을 노략질하는 것은 예의 도덕에 어긋난다느니 하면서 잔소리가 이만저만 심한 게 아니었다.

도둑촌의 밤낮없는 시끄러운 싸움은 그래서 계속되고 있는 것이었다. 시비(是非)와 곡직(曲直)을 분명히 가리자면 죄는 마을을 구성한 도둑떼에 있었다. 구태여 올곧은 선비에게서 잘못을 찾는다면 도둑촌을 눈감아 주지 않은 것뿐이었다.

마을의 평화를 위해서는 마땅히 도둑놈들을 모두 잡아다가 염라대왕 앞에 대령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수백 명이나 되는 도둑떼를 데려간다는 것은 이만저만 고역이 아니었다. 사자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전후 사정을 들은 염라대왕 역시 고민이었다. 열이나 스무 사람도 아니고, 수백 명이나 되는 죄인들을 일시에 잡아다 일일이 죄를 묻는다는 것은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었다.

한참 생각하던 대왕이 무릎을 탁 쳤다. “좋은 생각이 있다. 목적은 어디까지나 그 마을의 평화 유지다. 한 사람의 선비만 데려오면 된다. 그러면 마을의 싸움은 끝이 난다.” 참으로 솔로몬의 지혜가 무색할, 현실적이 돼버린 염라대왕의 지혜였다. 혹시 이러한 염라국의 대왕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굽어 보고 있지 않을까 해서 걱정이다.

세칭 병풍(兵風)이다, 세풍(稅風)이다, 안풍(安風)이다, 북풍(北風)이다 해서 썩은 바람까지 부는 나라. 국회의원 등 정치인.교육자.관료.금융인.사업가들이 줄줄이 검찰을 들락거리며 수사를 받는 나라, 심지어 농어촌.산비탈을 깎는 데까지 부정부패가 스며든 나라, 그래서 부패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얻은 나라.

만약 염라대왕이 대한민국을 착한 선비보다 도둑이 몇 배 더 많은 나라로 착각하면 큰일이다. 현실적이 돼버린 염라왕이 제 편의를 위해 도둑들을 놔둔 채 죄없는 선비만을 데려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는 아직 착한 사람이 더 많다. 염라국 왕은 이 점 착각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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