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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식 박사(한국 근·현대사)
"해녀투쟁 정부인식 전환
한국 사회의 민주화 진전"


정부는 일제강점기 구좌.성산.우도 일대를 무대로 전개된 해녀투쟁의 전면에 나섰던 해녀 2명과 혁우동맹원 2명을 독립유공자로 선정함으로써 비로소 이 투쟁을 항일독립운동으로 평가했다. 제주도 3대 항일운동 가운데 하나로 역사적 평가를 받는 해녀투쟁에 대한 정부의 공식 평가가 늦어진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해녀조합의 횡포에 저항한 단순한 생존권 수호운동이라는 인식이다. 그러나 운동에 적극 나섰던 해녀들이 야학강습소를 통해 당시 지역 청년들에게서 근대 민족 교육을 받았고, 운동의 저변에 청년 민족운동 조직이 존재했던 점을 감안하면, 일제의 식민지 수탈정책에 저항한 항일운동으로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다른 하나는 혁우동맹과 같은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일제강점기 사회주의 이념은 소비에트 체제 건설의 목표 외에도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약소민족의 저항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1930년대 국내 운동진영 가운데 부르주아민족주의가 일제에 타협해 자치론을 내건 상황에서 유일한 저항세력은 사회주의 운동가들이었다. 당시 사회주의 운동은 민족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 항일운동의 성격을 강하게 띠었다.

정부의 해녀투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한국 사회의 민주화가 진전된 결과로 보인다. 역사상 존재한 다양한 이념에 대한 포용, 생산대중인 해녀의 항일운동 사실 인정 등은 권위주의시대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일이다.

향후 이번 선정에서 누락.탈락된 여타 운동가들에 대한 추가 선정이 요망된다. 또한 해녀투쟁의 역사적 성격과 의의가 후세에 전달되도록 정사(正史) 편찬, 교육자료 발간, 기념사업 추진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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