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산책하는 노루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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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동 원당봉에 7~8마리 10년째 둥지 틀어
폭설때 내려와 번식…사람 봐도 도망 안가


제주시 삼양동에 위치한 원당봉에 약 10년째 노루가족이 살고 있어 화제다.
폭설 때 이곳까지 내려온 노루 몇 마리가 아예 둥지를 틀어 정착한 것인데, 짝을 이루면서 최소 7~8마리로 불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이곳을 찾았다.

원당봉은 해발 172m의 야트막한 오름이다. 노루가 서식하기엔 그 환경이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원당봉 자체를 인위적인 환경이 감싸안고 있기 때문이다.

동쪽에는 ‘진드르’의 넓은 평지와 신촌 마을이 있고, 서쪽 가까이엔 삼양동의 주택가가 즐비하다. 그리고 남쪽에는 일주도로가 있고, 바닷가 남쪽에는 한국전력 화력발전소가 우뚝 서있었다.

따라서 원당봉은 외딴 섬과 같은 느낌을 줬다.
그러나 세상과 등진 곳 같은 원당봉에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원당봉내에는 불탑사, 원당사, 문강사 등 세 곳의 절이 있고, 원당봉 자체가 공원으로 지정돼 산책로가 뚫리면서 많은 시민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노루가 서식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원당봉 능선으로 둘러싸인 문강사에 도착하니 운동복 차림을 한, 5명의 삼양동 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노루 얘기에 “3일에 한 번꼴로 산책로 주변에서 만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침이나 저녁 어스름해질 무렵에나 볼 수 있지, 낮에는 보기가 힘들다고 했다.
속보로 10분 거리인 원당봉 산등성 산책로를 따라 정상을 올랐다. 곳곳에는 벤치가 있고, 체육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정상 부근 봉수대 터가 있던 자리에서 주변 경치를 살피는데, 느닷없이 근처에 있던 노루 한 마리가 풀숲에서 뛰어 올랐다. 카메라 셔터를 누를 틈도 주지 않고, 금세 사라졌다.

잠시 후 그 자리에서 만난, 산책 중인 오은보씨(49.삼양동)는 “폭설 때 한라산에 있던 노루가 이곳까지 내려왔는데, 각종 개발로 한라산으로 갈 길이 막히다 보니 정착한 것”이라고 그 유래를 들려줬다. 그는 “최근 새끼와 어미 등 3마리가 함께 풀을 뜯는 것을 본 적이 있고, 그 당시 다른 곳에서 서너 마리의 노루 울음소리가 들렸다”며 “적어도 7~8마리는 서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강사 관계자는 “저녁 무렵에 절내로 노루가 곧잘 찾아온다”며 “3~4마리가 함께 오는 경우도 더러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가 지목한 장소를 한 시간쯤 지켜서니 한 마리가 찾아들었다. 수노루로 생각됐는데 셔터를 눌러대자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며 달아났다.

이 관계자는 “이곳에 있는 노루는 사람을 보아도 달아나지 않는다”며 “양복차림의 복장 때문에 낯설었던 모양”이라고 취재진을 탓했다.
원당사의 성심 스님은 “10년여 전부터 노루가 있었다”며 “울음소리 등에 미뤄 10여 마리는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성심 스님은 일례로 10년 전쯤에 덧에 걸린 노루를 발견해 삼양파출소에 신고한 적이 있다며 당시 노루는 가축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한라산으로 되돌려 보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삼양동 주민은 노루로 인한 농산물 피해도 만만치 않지만, 원당봉이 노루공원화되는 것이 싫지만은 않다고 취재진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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