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농사로 마음의 병 치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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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가든 '청재설헌' 운영하는 김주덕씨
▲ 자연을 거스리지 않고 자연이 주는 만큼만 욕심부리지 않는 삶을 사는 김주덕씨.
상처를 입은 한 여인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온 제주에서 평범한 가정주부 생활을 하던 그녀는 평생 함께 할 것 같았던 남편을 결혼생활 18년만에 먼저 하늘로 보내고 세상이 무너짐을 느꼈다. 삶의 지표를 잃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모두 상실한 채 망연자실하던 그녀는 어느날 호미와 괭이를 들고 묵묵히 땅을 갈았다.

두 손으로 나무를 심고 김을 매며 흘린 눈물은 깊은 상처의 땅을 갈아엎고 꽃으로 피어났다. 상실감과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흙을 매만지며 농사일에 매달려 10여 년을 보낸 뒤 그녀는 아름다운 농사꾼으로 평화로운 일상을 맞이한다.

서귀포시 토평동 한라산 자락에 자리잡은 ‘맑은 삶, 향기로운 집’ 청재설헌(淸齋蔎軒)의 주인 김주덕씨(54.여)는 노동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농사꾼이다.

10년전 남편과의 갑작스런 이별은 그녀 삶의 커다란 전환점이었다.

인간의 한없는 교만함이 덧없음을 알고 자연에 순응하는 것을 택한 그녀는 넘치는 호강을 마치 권리인 듯 누리던 ‘소비형 인간’에서 노동하는 ‘생산형 인간’으로 거듭났다.

김씨는 농사일을 하며 민박집 청재설헌을 지어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을 맞이했다. 직접 재배한 갖가지 나물과 제주도 특산물 등을 이용해 정갈한 아침식사를 대접하고 녹차와 국화차 등 직접 재배한 차를 마시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그녀의 주된 일은 고된 농사일이다.

“매일 매일 김을 매고 물도 주고 나무 심고 꽃을 심으며 하루를 보내요”라며 “쑥을 캐서 떡을 해 마을사람들과 나눠먹고 기린초, 노루귀, 할미꽃, 어성초, 치자꽃, 도라지꽃, 능소화, 허브 등을 돌보다 보며 어떻게 시간이 가는 줄도 몰라요.”

김씨는 자신의 농장을 ‘힐링 가든(Healing Garden)'이라 부른다. 상처 입은 모든 사람들과 동물, 식물들이 상처를 치유하는 곳이자 자연에 순응하는 법을 배우는 곳을 의미한다.

“정원이라고 해서 우아한 꽃삽질인 줄 알고 찾아왔던 친구들이 막일을 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해요”라며 “굵어진 농사꾼의 손을 보던 친구가 일 좀 그만하라고 얘기하지만 이게 제가 살아가는 이유고 제 일인걸요.”

그녀의 제주 사랑은 유별나다. 그녀는 물론 투숙객들도 대형 할인마트를 이용하는 대신 서귀포 재래시장을 이용하고 제주 전통요리와 제주 자연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제주다운 것’을 전해주는 것이 올바르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그녀의 정원에 ‘모든 것을 거짓없이 다 비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갤러리 다비치리를 운영해 도내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김씨는 “무화과가 열리면 10개 중에 8개는 동박새와 딱새들이 먹고 2개 정도만 제가 거둬 투숙객들이나 지인들과 나눠 먹어요”라며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이 주는 만큼만 욕심내지 않고 사는게 좋아요”라고 말했다.

힐링가든 ‘청재설헌’의 꽃들이 유난히 아름다운 것은 가슴으로 꽃을 피워 낸 그녀가 있기 때문이다.

<현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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