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교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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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내 A대학 J교수와 B대학 K교수를 각각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J교수에겐 꿈이 있었다.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국책사업을 제주에 유치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제자들에게 전공과 관련된 직장을 구해주기 위해서라 했다. 이를 매개로 자신의 전공분야를 특화하겠다는 것이었다.
도내에 그의 전공분야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제자들에게 비전을 얘기하며 열심히 하라고 다그치는데, 그 값을 해야 할 것이 아닙니까.”
그러나 J교수는 자신의 꿈이 실현될 가능성엔 당장은 회의적이다. 중앙부처를 상대로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시원한 답변을 얻어내지 못했다. 그래도 희망은 버리지 않고 있다.

B교수의 전공분야는 국책사업과는 전혀 상관 없는 어학이다.
그는 매년 가슴앓이를 한다. 대학문을 나서는 제자들이 실직자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 그를 괴롭힌다고 했다.

최근 대학생 수십모집기간 힘겹게 학생 유치에 나섰을 때도 착잡한 기분이었다고 했다. 대학 강의실이 아닌 고교 진학실에서 ‘판촉활동’을 벌이는 것도 그랬고, ‘이들도 몇 년 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절망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면서도 진학을 권유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학가는 교수와 학생 모두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을 떠받치고 있는 제주사회의 총체적 부실함이 이들에게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제주사회는 1차와 3차 위주의 취약한 산업구조로 인해 대학에서 배운 전문지식이 필요한 직업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많은 인재들이 직업을 찾아 제주를 떠난다. 나머지는 실직자로 남거나 한다.

이러니 지방대 취업률을 따져 대학에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엔 어느 정도 무리가 따른다.
일자리만 있으면 이러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없는 일자리를 어떻게 찾느냐가 관건이다.

평범한 얘기지만 이를 위해선 사회각계각층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제주의 여건상 행정당국의 의지가 매우 중요한 변수다. 고용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키를 당국이 상당 부분 쥐고 있어 그렇다.

가장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만 만들어도 그 효과는 대단할 것 같은데 이는 당국이 나서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몇몇 기업이 제주와의 인연 때문에 제주에 사무실을 냈다. 이들에게 비친 제주는 그러나 생각보다 일하기가 ‘까다롭고, 어려운 곳’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행정기관의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후문엔 부끄럽기까지 했다.

이러한 점을 살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면, 민자유치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데….
기본적으로 일자리 창출은 성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정책은 불가피하지만, 이 점에 대한 도민 공감대가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켜서도 성장은 가능하다. 그 경쟁력은 과감한 구조조정에서 찾아야 하는 데도 당국은 ‘한 물 갔다’는 산업마저 당국은 ‘표’ 때문에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관광개발도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한다. 그러나 늘 관광개발사업에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개발과정에서 나타난 심각한 갈등으로 해당 사업이 중도에서 포기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선 청년 실업해소 문제를 얘기할 수 없다.

일자리는 이처럼 다양하게 얽혀 있다. 취업박람회를 매월 수 십 번 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파이를 크게 키워야만 쉽게 풀 수 있다.
그러나 ‘눈에 놓인 파이를 둘러싸고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파이 잔치엔 분명 젊은 세대들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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