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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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재독학자 송두율씨 처리문제와 관련 국외추방설이 나오면서 새삼 ‘국외추방’이 관심을 끌고 있다. 국외추방은 외국인 범죄자를 대상으로 국내 체류가 공공의 안전이나 질서를 위태롭게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과해지는 보안처분이다.

원래 국외추방은 고대 아테네에서 왕을 자칭하는 참주(僭主)의 출현을 막기 위해 시민투표를 통해 위험인물을 국외로 내쫓았던 도편추방제가 그 효시이다. 도편추방이란 말은 시민들이 도자기 조각을 사용해 투표한 데서 유래한다.

기원전 487년에 처음 시행된 이후 정쟁(政爭)에 이용되는 등 순수 목적이 변질되기도 했으나 시민 비밀투표의 방법을 채택함으로써 그리스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쟁취한 참주들의 독재에 대항하여 스스로 자신들의 인권을 지킨 당시 아테네 시민들의 민주시민의식은 오늘의 시민의식에 견주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평가해야 할 정도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 범죄자 대상의 강제퇴거와 출국권고, 출국명령과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제도이지만 범죄자를 국외로 추방하는 데 사용된 점만은 유사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내국인과 외국 국적을 가진 자국민들에게 국외추방은 가장 원하지 않는 치욕적인 처벌제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외로 쫓겨나기보다 국내에서 형사처벌을 받기를 원한 경우가 적잖은 데서 그 근거를 엿볼 수 있다.

국가의 신(神)을 모독하고 청년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아테네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독배를 마셔 숨진 소크라테스 역시 자신이 원했다면 독배 대신 국외추방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는 비록 악법에 의해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어떻든 법은 국가와 국민 간의 약속이고, 조국은 우리를 낳아주고 길러주었으므로 존중하고 순종해야 한다며 국외추방을 원하지 않고 독배를 선택했던 것이다.

송두율씨의 의중은 알 길이 없으나 그는 국내에서 처벌을 받더라도 추방만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확실한 전향을 전제로 한 것인지, 법은 법이고 큰 죄도 아니므로 일단 법대로 처벌받고 시간을 벌겠다는 계산인지 아리송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아직도 그가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혹시 악법을 적용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지금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자신이 한 일을 사실대로 밝히는 것뿐이다. 그런 다음 처벌과 국외추방을 얘기하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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