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흰 종이에 검은 글씨 써내려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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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단 큰 어른' 현민식 선생 7번째 작품전...수필집 '청일원의 달빛'도 출간
▲ 현민식 선생.

라석 현민식 선생은 자화상으로 ‘부자(富者)’를 그렸다. 뜻이 웅숭깊다.

‘문방사우를 벗해 세월을 탕진하다보니 백발과 쇠폐한 몸뚱이만 남았다. 재물도 명예도, 자랑할 만한 것도 없어 구차스럽긴 하나 자칭 부자라 해본다. 본업인 글씨가 훌륭하다면 기분이 좋은 게 사실이다.’

라석 선생은 인생관도 자화상과 동근이다. 서예하며 흑과 백을 깊이 생각했다는 그는 “인생은 흰 종이에 검은 글씨 쓰는 것과 같다”고 규정한다.

사람은 순수 백지상태로 태어나 거기 온갖 색을 칠해 결국 검게 되는 것이니, 검어진 연후에야 완숙되는 거라고.(작품 人生이란?)

라석 선생이 희수(喜壽.77세)를 기념해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7번째 서화전을 연다. ‘추억과 낭만이 있는’이란 수식어가 달렸다.

40여 년간 서도에 전념해왔고 제주특별자치도 서예문인화총연합회 대표회장도 맡고 있는 제주서단의 큰 어른 격인 그다.

또 2년 전 수필가로 문단에 얼굴을 내민 라석 선생은 수필집 ‘청일원의 달빛’도 출간, 30일 오후 5시 전시개막 때 출판기념식도 겸해 마련한다. ‘청일원(淸逸苑)’은 자택정원 이름이다.

▲서화전=라석 선생이 2002년 개인전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전이다. 기존 고답적인 내용을 좇아온 작품경향에서 탈피, 이번엔 작가의 솔직담백한 회포를 반영한 것들을 위주로 상재, 총 80여 점을 선보인다.

정통서법의 경지를 의연하게 견지하면서도 나직하게 속삭이는 듯 화이불류(和而不流.같이 어울리되 흐트러짐이 없음) 정신이 시종 화면들을 관통한다.

▲ 현민식 作 '일정(逸情.세속을 벗어난 심정)' .
다시, 작품들은 △세속에 얽매지 않고 유유자적한 삶을 투영한 자적(自適) △혼탁한 세상과 거리를 두고 맑은 삶을 추구하려는 의지를 대나무와 소나무에 의탁한 조(操) △희수를 맞아 지난날을 회상하며 반성과 자부의 소회를 드려낸 고성(顧省) 등 주제별로 분류돼 선보인다.

여기다 △작품생명력은 기운생동에 있다는 지론에 따른 서예 고유의 진면목을 추구한 기무(氣舞) △난초의 청아한 향기를 다룬 청향(淸香) △유년시절을 그림과 화제로 형상화한 추억(追憶)도 또 다른 전시구성의 범주를 띠며, 라석 선생 서예술의 감상묘미를 높인다.

특히 추억의 작품들은 친근한 옛 장면을 띠면서도 품격이 높아 보는 눈길이 즐겁고 가슴 따뜻하다.

▲수필집=라석 선생이 작품 활동과 고전 섭렵, 사색 등, 곧 일상에서 느끼고 깨달은 정회를 가감 없이 표현한 글 55편이 수록됐다. 오랜 학서(學書)생활의 내공이 장장에 깃들어 있다.

그의 비중을 고려할 때 추후 작가 서예세계와 제주서단 조망에 귀중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문의 011-693-8501.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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