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의 존재 가치와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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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 한 마리가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몸을 완상하면서 오후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호수에 비친 뿔은 환상적인데 빈약한 다리는 볼품이 없어 괴로웠다. 이런 불만에 사로잡혀 있을 때 사냥개 한 마리가 쫒아왔다. 사슴은 살아남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도망을 쳤다. 그런데, 그의 뿔이 성가신 장애가 되어 나뭇가지에 자꾸 걸려 생명의 은인인 다리가 하는 일을 방해했다. 사슴은 조금 전에 다리에 대해 불평했던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아름다움에 넋을 잃게 한 뿔을 저주했다.

모든 것은 나름대로, 즉 아름다운 것은 그 나름대로, 유익한 것은 그 나름대로, 그리고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일지라도 그것은 그 나름대로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탄소 원소만으로 이루어진 물질로 흑연, 다이아몬드, 풀러렌(fullerene) 등은 자신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흑연은 무시하고, 장식용으로 으뜸인 다이아몬드만 선호하게 되면 일상생활에서 개개 물질의 존재가치 및 조화는 미아가 된다. 이들 물질은 지구상에서 필요불가결한 요소로 자긍심을 지니고 있다.

흑연은 연필심, 윤활제, 전극 등에는 제격이다. 다이아몬드 필름은 외과수술용 칼 및 컴퓨터용 칩(chip)의 코팅 등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풀러렌은 탄소원자가 구형이나 타원체로 배열된 구조를 갖는 것으로 빛을 차단하는 속도가 빠른 선글라스, 초전도체 분야에서 유익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는 전기가 흐르지 않는 전기 절연체이지만, 흑연은 도체이다. 그렇지만 다이아몬드는 열전도성이 좋아서 구리보다 열을 더 잘 전도한다. 이런 성질들이 한편으로는 과학의 오묘한 장난처럼 비칠 수도 있다.

불순물이 다소 첨가되어 있지만, 환원제로 쓰이는 코크스(coke), 자동차 타이어 제조 시 고무와 섞어주는 카본블랙(carbon black), 그리고 바비큐용 연료로 사용되는 탄소 덩어리도 탄소가 주인공 역할을 수행한다. 탄소라는 원소는 다재다능하며, 자신의 역할에 충실히 임한다.

자연계의 식물들도 저마다 자기다운 조화의 꽃을 피운다. 어떤 식물도 서로 닮으려고 하지 않는다. 장미꽃은 장미꽃 나름대로, 민들레는 민들레 나름대로 지고지선한 삶을 유지한다. 그들에게는 시기와 질투라는 단어조차 없다. 소나무가 대나무를 흉내 내면 그것은 꼴불견이다. 국화가 장미꽃을 닮으려고 노력하면 그것 또한 보기가 흉악망측해진다.

저 아름다운 장미에 왜 가시가 있을까? 장미꽃을 보호해주기 위해서다. 오름에서 야생화의 매력에 넋을 잃을 때가 많다. 이들의 존재의미를 반추해보면 가슴이 아련해진다. 구상나무는 한라산의 눈겫?바람을 자신을 단련시켜주는 촉매로 여기며 푸른 기상의 기품을 가꾼다. 그 특유의 진한 향기는 머리를 맑게 하고 기분까지 상쾌하게 만든다. 식물들은 자신을 보살펴주는 대지에 여유와 개성의 웃음꽃을 피우기 위해 묵언정진을 하고 있다. 그 결과의 생성물로 생명의 신비는 대지에 조화를 선물한다.

<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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