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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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애호가들 사이에 한동안 나돌았던 얘기다.

인터넷에서 유명 브랜드 골프공을 싼 값에 구입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유명 메이커 마크까지 찍혀있고 시중보다 유난히 싼 값에 현혹돼 골프공을 구입한 사람들의 경우다. 그러나 실제 필드에선 영문도 모른 채 비거리가 종전보다 확 줄어드는 피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골프공에 골프공의 핵심인 코어가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 반발력과 탄성이 크게 떨어져 비거리 손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남녀노소가 정정당당하게 기(技)를 겨루는 필드에까지 ‘속 빈’ 짝퉁의 공세다.

이로 인해 신뢰사회의 피로감은 이만저만 아니다.

▲짝퉁은 가짜 명품을 뜻한다. 사전적으로도 ‘진짜와 거의 똑같이 만든 가짜 상품’으로 정의한다. 전문가들조차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짝퉁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단연 중국이다.

그 나라의 한 농부가 봄날 밭에 나가 씨앗을 뿌렸다. 날씨도 식물 성장에 알맞았다. 그러나 웬일인지 싹이 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씨앗들이 모두 가짜였던 것이다. 1년 농사를 망치게 된 농부는 망연자실하였다. 할 수 없이 자살을 결심하고 농약을 먹었다. 그러나 농약도 가짜였다.

짝퉁 천지의 실상과 폐해를 보여주는 우스개다.

그러나 짝퉁의 난무하는 세태는 비단 중국만이 아닐 터이다.

▲지난달 21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검거된 중국 문서위조단에 위조서류를 부탁했다 입건된 사람들의 사연은 씁쓸함을 자아내고 남는다.

나이트클럽과 술집에 자유롭게 드나들기 위해 몇 년간 모은 용돈을 다 털어 넣으며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10대, 부모에게 대학 등록금을 타내기 위해 대학에 전혀 다닌 적도 없는데도 대학재학증명서를 위조한 20대 재수생, 사귀는 남성과 재혼을 위해 딸이 없는 것처럼 가족관계증명서를 위조한 30대 이혼녀….

문서위조 행태가 세대와 종류를 뛰어넘어 사회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짜를 통해서라도 위안을 받고 인정을 받으려는 우리사회의 짝퉁 세태가 어디까지 번져갈지 크게 걱정스럽다.

한국판 ‘허영(虛榮)의 시장’을 조장하는 ‘불나방’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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