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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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이 바다소금(천일염)을 얻지 못할 경우, 차선책으로 얻는 희안한 소금이 있었다.
조선 순조 때 실학자 이규경(李圭景)의 문집에 그것이 적혀 있다.
너도개미자리과에 속하는 ‘패랭이’라는 다년초가 있다.
또 앵두나무과에 속하는 ‘욱이’라는 낙엽관목이 있다. 이 패랭이 풀과 욱나무의 어린 순을 잘라 나무통에 넣어 비바람을 맞게 해두면 썩어 문드러져 진액이 나온다.
이 진액 속에서 작은 벌레들이 크는데 이 벌레를 갈아 걸쭉하게 만들면 염분이 많은 짠 죽처럼 된다.
이 염분을 빼내어 말린 것을 ‘벌레소금’이라고 했다.
또 서리 맞은 신나물을 뜯어다가 항아리 속에 재어두면 짭짤한 장이 되는데 여기에서 빼낸 소금을 ‘풀소금’이라고 했다.
또 있었다.
내륙지방에서는 쇠똥이나 말똥을 주워다가 이를 태워 재를 만들고 이 재를 물에 타서 염분을 녹여낸 다음 이를 다시 달구어 염분을 얻기도 했는데, 이것을 ‘똥소금’이라고 했다.
벌레소금이나 풀소금, 똥소금이 바다소금 만큼은 못했지만 그래도 소금이 없던 곳에서는 긴요하게 이용됐었다.
그만큼 소금은 우리 사람들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물자 중의 하나다.
흔히 우리 사회를 옳고 바르게 이끌어 갈 정의로운 사람들을 ‘소금’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때문이다.
조선 숙종 때 선비 삼연(三淵) 선생(김창흡.1653~1722)은 사회를 이끌어 갈 사람들을 6가지 등급으로 나누었다.
1위가 성인(聖人)이고 그 다음이 차례로 대현(大賢), 군자(君子), 선인(善人), 속인(俗人), 소인(小人)으로 배열했다. 그리고 “미워해야 할 자는 소인이요, 고민스러운 자는 속인이요, 사랑스러운 자는 선인이요, 존경할 만한 자는 군자요, 두려운 자는 대현이요, 미칠 수 없는 자는 성인이다”라고 풀이했다.
특히 ‘소인’과 ‘속인’은 이익을 탐해서 벼슬을 하려는 사람, 명예를 탐해서 우두머리가 되려는 사람, 남을 이기려는 마음으로 남을 비하하고 저만 잘났다고 하는 사람, 잔꾀를 부리기를 잘하는 사람들이라 했다. 그래서 바람벽을 기어가는 달팽이나 좀벌레의 마음가짐으로는 결코 대인(大人)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제주 사회는 요즘 ‘소금’이 필요하다.
그 소금은 꼭 바다소금이 아니라도 좋다. 그 태생(胎生)이 바다이면 어떻고 벌레면 어떻고 풀이면 어떻고 똥이면 또 어떤가.
중요한 것은 소금인가 소금이 아닌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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