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悖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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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이따금 내 얼굴과 행동이 선친을 닮아간다고 얘기한다.

그러지 않아도 간혹은 나 자신의 의식에서 그 같은 느낌에 빠져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나도 모르게 어떤 행동을 한 뒤 ‘어어 이건 아버지가 하시던 동작, 어투인 데’ 라는 생각이 스치는 것이다.

아마 이렇게 우리의 삶은 세대에서 세대로 유전하며 혈통의 역사를 이어가는가 보다.

최근 들어 나를 쏙 뺐다는 말을 자주 듣는 내 아들도 언젠가 이런식으로 나를 닮아가리라.

그래서 혈연으로 맺은 부자 간의 천륜은 법과 도덕의 사회적 틀 안에서 이런저런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인륜에 앞서는 것일 게다.

▲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도리를 그르칠 때 패륜(悖倫)이라는 말을 쓴다.

법 이전에 인간의 탈을 쓰고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절대로 범해서는 안되는 게 패륜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엔 이런 ‘패륜아’들이 갈수록 늘어간다.

강남에서 한 번 살아보겠다는 욕망에 억대의 보험금을 노려 어머니와 누나를 청부살해한 10대 아들이 그렇다.

그 얼마 전에는 사업과 결혼을 하는 데 도와주지 않는다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불에 타 숨지게 한 뒤 경찰에 붙잡힌 20대 아들도 있다.

사실 아들이 부모를 폭행하는 패륜범죄는 워낙 많아 그 수법이 아주 놀랄 일이 아니라면 언론에 보도조차 되지 않는다.

그 만큼 비정상적, 불건강한 사회로 치닫고 있다는 얘기다.

▲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정의.사죄 따위를 구태여 따져 든다면 이미 그 관계에 틈이 만들어졌다는 게 아닐까.

그 틈을 억지로 메우려 드는 순간 부자 간은 천륜에서 어그러져 온갖 시시비리를 따지는 인륜의 진창으로 발을 들이밀어야 한다.

효(孝)가 무너지면 가정이 붕괴되고, 이 것이 일상화되면 사회가 온전할 리 없다.

‘동방예의지국’이라던 심볼이 고개를 떨군 채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오히려 부모의 재산만 탐내고, 부모가 어려우면 나 몰라라 하는 패악이 만연한 요즘이다.

물질만능과 극도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 모든 구성원이 공감한다.

그러자면 학교에선 인성교육, 집에서는 가족 간 대화, 사회에선 공동체 인식을 넓혀가는 노력을 우리 모두가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함성중 편집부국장대우 사회부장>
hamsj@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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