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케네디가 대단한 업적을 남긴 것도, 레이건이 탁월한 능력을 지닌 것도 아니었다. 미국인들의 소망인 무계급사회와 경제적 번영, 그리고 억압이 없는 자유로운 정치체제의 기반을 다지는 노력을 다 했을 뿐이다.
결국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인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동경하는 꿈이 됐다. 저절로 미국 이민이 홍수를 이뤘고, 실제로 많은 이주민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했다.
사실 아메리칸 드림이 미국민은 물론 많은 세계인의 가슴에 파고들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미국에 가면 잘 살 수 있다’는 경제적 기대만이 아니라 평화와 인권이 보장된 나라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내외 평화.인권주의 노선이 경제적 기대와 맞물려 상승작용을 했던 것이다. 힘을 앞세우면서도 오만하지 않고 우방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대외정책으로 꿈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은 어떤가. 오직 힘있는 나라로만 인식될 뿐 꿈과 신뢰와 도덕이 무너지는 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미국의 대외정책을 보노라면 마치 평화와 인권과 경제적 부(富)를 누릴 권리가 자국민들에게만 있고 우방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물론 9.11 테러로 인해 미국이 겪는 고통과 상처는 엄청나다. 하지만 이후 부시 정부는 동맹국들에까지 기분을 상하게 하는 대외정책을 펴고 있다. 숫제 자국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동맹국이 별 대수냐는 식이다.
마침내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가 부시의 일방주의 외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동맹국 지도자들 사이에서 미국의 독주에 대한 반감이 심화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부시 행정부가 국제사회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경고하기에 이른 것이다. 비록 늦었지만 적절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일방주의 노선이 강화되면 될수록 아메리칸 드림은 재현되기 어렵다. 덕(德)으로 우방에도 꿈을 주고 인권을 실천하는 미국, 바로 미국의 힘인 것이다. 자꾸만 멀어져 가는 아메리칸 드림, 과연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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