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나 비료.종자 지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야당은 물론, 일부 국민들도 북한이 변하지 않고 있는데 “퍼주기만 한다”고 비판해 왔다.
비판세력이든 동조세력이든 같은 민족인 북한을 돕자는 원칙에 무조건 반대할 사람은 없을 줄 안다. 만약 있더라도 그것은 극히 소수일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것은 북한의 배은망덕(背恩忘德) 때문이다.
현재 정부의 대북(對北)정책을 비웃는 인사들은 자신의 경험칙이나 ‘김일성 유훈통치’를 이어받은 김정일의 스타일로 봐서 남한이 아무리 퍼주어도 그들이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약 우리가 기대하는 대로 남한이 계속 퍼줄 경우 그들이 남.북 대화, 남.북 사업에 진실성을 보이고, 그리고 평화 정착에 적극 나선다면 도리어 햇볕정책 반대자들도 몇 배 더 퍼주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받기만 했지 남한에 협조한 게 거의 없다. 남.북 정상끼리 약속한 김정일 서울 답방도 지켜지지 않았 고, 각종 남.북 회담도 중단된 채 열리지 않고 있다. 경의선 등 철도.도로 연결사업,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등 되는 것이 없다.
기껏 한다는 짓이 한.일 월드컵축구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 영해를 침범, 선제공격으로 남.북 교전을 일으켜 우리 해군 25명을 사상케 한 것이다. 정말 우리가 도와준 돈과 쌀이 총알이 되어 서해 푸른 바다를 붉은 피로 물들게 하고 말았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던 그들의 말을 망언 쯤으로 치부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다. 장소가 서울 대신 서해로, 불바다 대신 피바다로 바뀌었을 뿐이다.
서해교전을 지켜본 재향군인회가 일간신문들의 광고를 통해 “퍼다준 대북(對北)지원, 총탄 되어 돌아왔다”고 통탄한 것을 누가 그르다 할 것인가. 혹자는 금강산 입산료나 쌀.비료가 북의 군사목적에 쓰인 징후가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남한에서 퍼준 것만큼의 북한 고유예산을 군비로 돌린다면 멍석과 덕석의 차이일 뿐, 총탄으로 돌아온 점에서는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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