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시대를 맞아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개편됨에 따라 지역, 국가, 권역 단위의 교류와 협력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 교환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여전히 만나서 얼굴을 마주하면서 얘기해야 하고 또 직접 방문하여 육안으로 보아야만 자기 것으로 인정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
필자는 국제회의를 ‘사람들이 모이는 것’ 정도로 이해하고 싶다. 일단 사람들이 모이기 위해서는 회의 아이템이 있어야 할 것이고 개최지가 있어야 할 것이고 사람들이 만났으니 회의할 장소, 교통수단, 숙박, 안내문, 회의자료, 통역 등 운영을 위한 준비사항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이루어지는 소비행위는 보고 듣고 먹고 마시는 일반관광에 추가로 더 고급스런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고가의 식음료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러다 보면 제주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 관광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국제회의산업이 자동차와 TV를 잘 만들어 수출하는 것에 못지않게 정치, 사회문화 및 경제 효과가 있음을 인식하고 1999년 5대 국정지표 가운데 하나로 ‘문화관광의 부흥’을 정한 바 있다. 한편 관광산업의 특징이 민간주도산업인 것과 같이 컨벤션산업도 민간 중심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본다. 컨벤션산업의 기초가 되는 하드웨어의 구축은 대규모 자본이 소요되므로 투자를 유치하거나 공공부문이 담당하고 나머지 부분은 민간활동에 의해 채워지는 민관협력체제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국제컨벤션센터 건설, 홍보활동 등은 공공부문이 시의적절하게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앞으로 보완되어야 할 것이 너무도 많다. 국제회의 기획전문가(MP.PCO) 양성이 필요하고, 최고급 호텔뿐만 아니라 중저가 숙소 개발, 대중교통 및 연계교통망 확충, 국제회의 유치활동 지원대책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은 단지 경제적인 관점에서만은 아니다. 물론 경제적 이득이 있는 것은 틀림없다. 네덜란드는 로테르담이, 그리고 스위스는 제네바가 먹여 살린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사람이 오가면 결국 정보가 남고 이러한 정보는 제주의 정치, 사회, 교육, 학술 등 각분야의 발전을 위하여 매우 중요하게 사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이기주의로 매도될 수도 있겠지만, 서울에서 개최될 국내회의가 제주에서 개최되는 경우에도 유사한 효과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은 국제회의 유치만이 아니라 각종 회의 유치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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