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인 교수의 생활속의 법이야기-호주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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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적인 가족제도 중의 하나인 호주제도를 보기로 한다. 호주제는 중국의 춘추시대 이래 확립된 ‘종법제(宗法制)’를 받아들인 역사적인 산물이다. 종법제는 부계적(혈족에 의해 친족을 계산함에 있어 부계만을 계산한다), 부권적(부의 신분과 권리가 자에게 전해짐을 말한다), 부치적(일족의 권력이 부에게 있고, 자녀가 부의 지배를 받는 것을 말한다)인 것을 그 본래적 특징으로 한다.

일가의 계통을 승계한 사람(분가한 자,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해 일가를 창립.부흥한 자를 포함한다)을 호주, 즉 가장이라 한다. 농업사회에서는 호주가 구성원인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호주의 권한이 막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의 경제구조가 바뀌고 가족제도가 다양하게 변화한 오늘날, 호주의 권한은 대폭 줄어들었다(특히 1991년부터는 강제적인 신분상속으로서의 ‘호주상속’ 제도가 임의적인 ‘호주승계’ 제도로 바뀌면서, 이제 호주의 가족에 대한 지배권.통솔권은 거의 사라졌다 할 수 있다).

호주제와 관련한 몇 가지 내용을 본다.
첫째, 부자동성(父子同姓)의 원칙.성 불변의 원칙을 들 수 있다. 자녀의 성은 부(父)의 성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고(재혼여성의 자녀인 경우 새아버지.친아버지 등의 동의를 얻어 새아버지 호적에 올릴 수 있으나, 성과 본은 친아버지의 성을 따르게 된다), 이혼여성의 자녀는 어머니가 키워도 아버지 호적에 그냥 남아있게 된다.

한편, 성(姓) 포기와 관련하여 판례는, “성은 부의 성을 따른 것으로서, 현행법상 그 성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둘째, 호주승계 순위의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앞서게 되며, 양자의 생모나 양자의 아버지와 혼인관계가 없는 생모는 양자의 가족인 경우에도, 양자 사망시에 그 호주승계인이 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호주제 존폐 논의가 활발하다. 폐지론자들의 주장은, 첫째 호주제가 헌법에 보장된 양성평등의 원칙에 어긋나고 행복추구권 및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크게 훼손시키며, 둘째 고도로 산업화된 시대적 변화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가족(한부모 가족뿐만 아니라, 비혼인 가족 등)의 존재방식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고, 셋째 지금처럼 형해화(形骸化)된 실정인 호주제를 폐지하더라도 가족의 해체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든다.

존치론자들의 주장은, 첫째 현행법상 호주제는 단순한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유물로만 볼 수 없고, 둘째 호주와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의 가족제도는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수백년에 걸쳐 내려온 전통이며, 셋째 호주제의 폐지로 선대와 후대 사이, 일족간의 유대가 단절되어 가족의 해체를 불러올 수 있을 뿐 아니라 호적부를 폐지할 경우 친족의 구체적인 신분사항을 파악하려면 관련자의 신분등록부를 모두 열람해야 하는 등 공시기능의 현저한 저하를 든다.

어떻든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이 지난달 말 국무회의 심의를 통과하여 조만간 국회로 넘겨질 전망이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를 본다. 첫째, 호주와 호주제를 전제로 한 규정이 모두 삭제되고, 둘째 법률상 가족의 범위가 넓어지며, 셋째 자녀의 성과 본의 경우 부의 성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다만, 혼인신고시 부부의 협의에 의해 모의 성도 따를 수 있다), 자녀의 복리를 위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자녀의 성을 변경할 수 있으며, 넷째 호적부 대신에 개인별 신분등록제(또는 1인 1적제 등 대안 검토)로 전환하는 것을 그 핵심내용으로 한다.

아무쪼록 호주제 존폐문제가, 국민의 가족생활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매듭되어 지길 기대해 본다.
<논설위원/제주대/민법학/한삼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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