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강병준 국장은 제주시 유수한 집안의 막내로 태어나 훌륭한 가정교육 속에 자라났다. 1969년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 투신한 이래 1978년 지방사무관, 1992년 지방서기관으로 승진했으며 2000년 1월 국비서기관이 되면서 교육청 기획관리국장으로 재직해 왔다. 무려 34년간의 공직 생활이었다.
그러나 그는 최근에 제기된 제주도교육청의 인사비리 의혹으로 심리적 고뇌를 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자살하기 하루 전 가족들에게 자신은 이번 인사비리 의혹과 전혀 무관하며 결백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유족들은 강 국장의 자살 동기를 명예와 결백을 입증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인터넷 등을 통해 온갖 의혹이 강 국장에게 쏠리면서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얘기다.
만약 고인과 유족들의 얘기가 사실일 경우 강 국장은 결백 입증의 방법으로 자살을 택함으로써 혼자 희생양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책임질 사람은 강 국장이 아니라 따로 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이제는 김태혁 교육감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해야 한다. 사실 김태혁 교육감은 교육청 인사비리 의혹으로 연일 제주도 지역이 떠들썩했지만 강병준 국장 자살 하루가 지날 때까지도 그에 대한 해결책은 물론, 도민들에 대한 일언반구의 사과나 해명조차 없었다.
만약에 김태혁 교육감이 인사비리 의혹 제기 초기부터 교육행정의 수장(首長)답게 책임의식을 갖고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까지 내용을 밝히고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면 고급 간부의 자살이라는 불행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김태혁 교육감은 교육청에 대한 검찰 수사가 아니어도 인사 문제를 비롯한 모든 교육행정에 대해 고해성사로 털어놓을 것은 털어놓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도민들의 여론이다. 그리하여 앞으로는 인사비리 등 교육행정에 잡음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고(故) 강병준 국장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김태혁 교육감은 뒤늦게 어제야 기자회견을 열어 도민에게 몇 마디 사과를 한 모양이다. 그런 식의 말만으로 넘어가기에는 사태가 너무 중차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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