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총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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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문명의 발달을 앞당겼지만 인류를 파멸 직전으로 몰아가는 데도 기여했다. 일찍이 토인비가 인간의 과학적 정신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전쟁을 악(惡)으로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수많은 살상용 무기 개발로 인해 무수한 인간이 죽어야 하고, 강간.약탈 등으로 윤리관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로 과학적 사고방식의 한계다.

따라서 과학의 힘을 생각하는 인간 자신이 그 높아진 힘을 차질없이 선용하여 결코 악용하지 않을 만큼의 높은 도덕적 수준을 지녀야 한다는 게 토인비의 주장이다. 전쟁 자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나 사람을 죽이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전쟁이라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될 것 같다.

과학의 힘이 가공할 살상과 파괴용 무기 개발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사용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설사 전쟁이 불가피하더라도 인명을 살상하지 않고도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전쟁은 인류의 염원이기도 하다.

실제로 6.25전쟁과 월남전 등에 직접 참전했던 사람들의 전쟁에 대한 공포는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만 다를 뿐, 전후(戰後)세대들이 느끼는 전쟁의 공포도 매우 크다.

바로 총알 한 발의 공포 때문이다. 군생활을 했던 남자치고 총알을 맞고 죽는 꿈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줄 안다. 총구 앞에서 무사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 기관총은 서구 발명력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 기관총이 그들 자신에게 겨눠질 것이라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1차 세계대전 초반, 첫날 전투에서만 영국군 6만명이 총알받이가 됐다.

이후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월남전 등을 거치면서 총알로 숨진 군인과 민간인은 수천만명에 이른다. 소름끼치는 대살육이 대부분 총알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다.

최근 사람을 죽이지 않는 무기 개발 연구가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람이 맞아도 죽지 않는 총알과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쓰러뜨려 제압하는 음파 공격 무기 등이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이런 신무기가 등장할 것 같다니 이만저만 기대되는 일이 아니다. 총알을 맞고도 훌훌 털고 살아나곤 했던 어릴 적 전쟁놀이가 진짜 전쟁터의 모습으로 다가설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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