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세상의 달콤한 수수께끼 풀 단서 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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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천국23-감귤박물관] 테마전시실, 세계감귤전시관 등 조성돼

감귤은 모두 둥글다? 아니다. 불수감(佛手柑)은 구체(球體)이기는커녕 손가락 혹은 불가사리들이 한 방향으로 잔뜩 움츠린 것 같은 괴이한 생김새다. 그럼에도, 엄연한 감귤류 과일 맞다. 원산지는 인도고 중국 광동에서 많이 생산된다.

불수감은 부처 손을 닮았다고 붙은 이름. 불(佛)이 복(福)과 발음이 유사한데다 부처 손을 닮아 중국에서 이 귤은 다복(多福)을 상징한다고.

불수감뿐 아니다. 사이즈로는 콩알 만한 두금감과 최대2㎏에 달하는 문단이 대조를 이룬다. 사자머리를 닮은 사두감도 감귤고장의 도민조차 알쏭달쏭한, 상식을 초월하는 귤의 일례다.

서귀포시 신효동 산1번지의 감귤박물관은, 감귤 세계의 온갖 흥미로운 수수께끼들을 풀 수 있는 단서를 쥔 곳이다.

서귀포시가 약 5년여에 걸쳐 70여 억 원을 투입, 2005년 2월 개관한 제1종 공립전문박물관으로 9만8426㎡부지에 지하1층, 지상2층 연면적 2315㎡규모의 감귤박물관과 2471㎡면적의 세계감귤전시관 등이 조성돼 있다.

또 테마전시실엔 감귤역사와 종류, 재배법, 세계감귤 현황 등이 다양한 패널과 영상에 담겨있고, 3D입체영상실에선 20분 분량의 감귤 홍보영상과 입체만화영화가 매 정각에 상영돼 꼬마 손님들의 시선을 유혹한다.

유물전시실의 경우 도민 삶의 애환이 깃든 생활용품과 농기구 등 유물 200여 점을 상설 전시하고 있고 다양한 예술작품을 다루는 기획전시실도 박물관 주요시설에서 빼놓을 수 없다.

유리온실인 세계감귤전시관엔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등 세계각지의 감귤류 140여종 200여 본이 식재돼 사시사철 꽃 피우고 열매 맺으며 방문객 심신에 청량감을 아낌없이 선사한다.

특히 상당수 귤나무들이 개화하는 봄에 온실은 차라리 하얀 꽃 대궐로 변해 온통 은은한 향기가 진동한다. 구경꾼들은 오감으로 감귤 천국을 만끽하며 탄성 내지르기 바쁠 수밖에.

이밖에 아열대식물원엔 아열대식물 297종 7000여 그루가 자라 이색볼거리를 제공한다.

감귤음식 체험도 이곳만의 매력이다. 감귤체험학습장이 설치돼 감귤을 이용한 쿠키, 머핀케이크, 잼 등을 직접 조리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잠깐, 한때 대학나무로 불리며 제주경제를 떠받쳤던 온주밀감이 제주에 재배되게 된 배경을 아시는지.

때는 1911년, 서귀포시 서홍동 ‘면형의 집(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원)’에 시무하던 프랑스 출신 타케 신부(한국명 엄탁화)가 일본인 친구에게 제주자생 왕벚나무를 선물한 후 온주밀감나무 14그루를 답례로 받았다.

이후 ‘입도목’들은 가지를 퍼뜨리고 개량돼 제주 대표 과수작목으로 뿌리내렸다. 입도목 1그루는 지금도 면형의 집에 남아있다. 2011년, 이에 근거한 온주밀감 도입 100주년 기념축제가 기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감귤박물관은 내년에 도내 향토 재래귤 보호수들을 사진 촬영해 연중 전시할 계획이다. 향토 재래귤 보호수는 총 31그루. 전부 수령 100년이 넘은 것들로 최고령목은 대정읍 보성리의 311년 된 ‘병귤’이다.

감귤박물관은 월라봉 능선을 따라 산책로와 트레킹코스, 정자, 야외폭포를 갖춰 온 가족이 손잡은 채 감귤을 필두로 자연 품에서 모처럼 여유에 잠길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제격이다.

 

▲대학나무 3그루=올해 3월 박물관은 정원에 ‘대학나무’ 3그루를 식재했다. 대학나무는 당연히 품종이 아니라 감귤의 상징적 별칭을 이른다.

궁천조생 온주밀감인 이 나무들은 서귀포시 영천동 상효마을에 거주하는 김성중씨에게서 기증받은 것들로, 그의 선친이 1943년께 일본에서 들여와 과수원에 식재해 가계의 버팀목으로 활용했다. 지역 일대에선 ‘효자나무’로 불렸다.

고인이, 이 나무들이 맺은 감귤을 팔아 김씨 등 자식들을 대학 보냈음은 물론이다.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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