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갚겠다" 개인파산 신청 다시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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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1082명 신청, 작년보다 11% 증가...법원 '배째라' 방지 심사 강화

A씨(58·여)는 공직자였던 남편이 건강상의 이유로 퇴직한 후 사업을 시작할 때 남편 대출에 보증을 섰다.

그러나 남편이 경험 미숙으로 사업에 실패하면서 살고 있던 집은 남의 손에 넘어가고 1억원의 빚까지 떠안게 됐다.

마땅한 소득이 없어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한 A씨는 고사리 채취와 감귤 따기 등에 나서고 있지만 빚을 갖기는커녕 매일 생계걱정을 해야만 했다.

A씨는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대한법률구조공단 제주지부를 찾았고 무료 상담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파산 면책을 받았다.


지난해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여파로 개인들의 파산신청이 다시 늘고 있는 흐름이다.

21일 제주지법 등에 따르면 올들어 11월말 현재 파산을 신청한 개인은 1082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972명에 비해 11.3%(110명) 증가했다.

경기 침체로 부채에 허덕이는 서민들이 재기를 위해 빚을 아예 없애달라며 법원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2000년 들어 제주지법에 파산을 신청한 개인은 2000년 6명에 불과했지만 2001년과 2002년 각각 16명, 2003년 77명, 2004년 86명, 2005년 165명 등으로 꾸준히 늘었고, 개인파산 열풍이 불면서 2006년 637명, 2007년 1637명 등으로 폭증했다.

이후 ‘도덕적 불감증’ 논란이 일면서 법원의 심사가 강화돼 지난해는 1079명으로 줄었으나 올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 기간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은 개인은 1056명으로 전년 동기 846명보다 24.8%(210명) 늘었다.

개인파산이란 소득이 거의 없어 빚을 감당하기 힘든 사람이 법원에 파산을 신청해서 빚을 일시에 청산하고 탕감받는 제도를 말한다. 대출은 물론 취업도 쉽지 않는 등 불이익을 받지만 기존의 채무를 한꺼번에 없앨 수 있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개인회생보다는 개인파산을 선호하고 있다.

실제 빚을 일부 깎아달라며 법원을 찾은 개인회생 신청자는 958명으로 지난해(1070명)보다 10.5%(112명) 감소했다.

법원은 개인 파산 신청에 대해 법원의 눈을 속이고 은닉해놓은 재산이 있는 지 등을 철저히 잡아내기 위해 자격 심사와 재산 관계, 소득에 관한 심리, 불성실 신청 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개인회생·파산 제도는 경제적 곤궁에 처한 채무자들이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성격이지만 ‘배짜라식’ 개인 파산 신청을 막고 개인채권자나 제2금융권이 빚을 갚지 못하는 개개인들 때문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심사를 엄격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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