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보석 루비를 잉태, 출산하는 석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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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남성들 속에 여성이 홀로 있을 때 우리는 흔히 ‘홍일점’이라고 부른다. 이 말은 ‘푸른 잎들 사이에 피어난 한 송이 붉은 석류꽃’을 비유한 말로 송대(宋代) 왕안석의 ‘영석류시’에서 유래됐다. 뜰 한켠에 붉은 꽃을 매달고 있는 석류나무의 아리따운 모습에 매료된 재상은 즉석에서 ‘수많은 푸른 잎 가운데 한 점 붉은 빛/ 봄기운 느끼기엔 그것으로 족하네’라는 석류를 노래한 시에서 ‘한 송이 석류꽃’을 홍일점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조선 초 태허정이 지은 ‘안석류’도 돋보인다. ‘(…)자식이 많다는 것 또한 무엇보다 좋은 일이지/ 비단 주머니 열고 보니 옥구슬 가득하고/ 황금방마다 겹겹이 꿀맛을 저장했구나(…)’

그 속에 속살과 함께 영글고 있는 투명한 알맹이는 루비 보석처럼 반짝인다. 이 석류는 그 모양과 내면세계가 보석을 간직한 복주머니 같아서 ‘사금대(沙金袋)’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석류는 익어가면서 꼭지 끝을 안으로 오므린다. 삶에는 고독과 인내가 필요함을 역설하기 위해 석류는 입술을 꼭 깨문다. 이 양태는 내면세계의 벅찬 시련과 외적 환경의 풍파에서 오는 고뇌와 서러움을 남몰래 삭이면서 화려한 보석을 잉태?탄생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의 표본이다. 석류는 자기극복의 아픔을 뒤안길에 묻고 격정의 여름동안 사랑, 미움, 질투, 분노 등의 혼합물을 보석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몸부림한다. 이런 시련에서 성숙에 이르는 변모과정을 거친 후에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면 단단한 껍질을 터뜨리고, 자신의 위대한 진면목을 드러낸다. 이는 시련을 안으로만 삭이면서 ‘자연에 필요한 에너지의 샘’을 영글게 한 다음에 제 살갗을 찢고 속내의 한 단면을 표출시키는 것이다. 태풍과 열대야를 극복하면서 핏빛으로 멍든 아름다운 가슴이 살포시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극복하고 성숙한 석류에는 붉은 주머니 속에 눈이 시릴 만큼 영롱한 꿀물과 함께 내일을 위한 씨 알맹이들이 알알이 박혀있다. 이 자태를 상상만 해도 입에 군침이 고이고, 눈앞이 아련해진다. 선조들은 그 형상을 자손의 번창으로 여겨 시집가는 딸의 혼수품에 석류를 수놓으며 부귀다남(富貴多男)을 염원했다. 더구나 열매의 맛이 달콤새큼하여 임산부들이 좋아하는 과일이다.

고대 페르시아에서 ‘생명의 과일’, ‘지혜의 과일’로 불린 석류가 에스트로겐(estrogen)성분을 품고 있어 여성들에게 각별한 대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즉, 석류는 여성 생리기능에 도움을 주며 피부미용에 효과적이다. 절세미인 양귀비와 클레오파트라도 젊은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석류를 애용했다. 직접 제조한 천연화장품을 선호하는 여성 사이에서 석류가 화장수의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또 석류는 다양한 비타민, 혈액 정화와 순환작용에 매우 효과적인 몇 가지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

한 해 동안 고마웠던 분, 특히 과학 분야 활성화에 정열을 쏟으시는 하이디 고유봉 원장님, 과학이 호흡할 수 있도록 노력하시는 발전연구원 유덕상 원장님, 세계적 명수인 생수를 관리·개발하시는 지방개발공사 고계추사장님, 중소기업의 육성지원에 헌신하시는 제주시청 김동근 과장님 등 과학 발전에 관심이 많은 분들과 함께 석류주에 송구영신의 마음을 담아 건배를 하고 싶다.

<변종철 제주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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