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원 선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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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최근 민주당 조순형 대표의 선친 조병옥 박사에게 “철저한 친일(親日) 인사이자 앞잡이”라면서 “독립군을 때려잡던 형사였다”고 주장했다.

조병옥 박사 기념사업회측에서는 김 의원 발언에 즉각 성명을 발표, “민족정기를 모독했다”며 “당장 국회의원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조씨 종친회에서도 김희선 의원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파문이 커지자 당사자인 김희선 의원은 “조병옥 박사가 일제 때 형사였다고 한 것은 미군정 경무부장 시절 친일 형사들을 많이 등용했다는 말이 잘못 전해진 것”이라면서 “심려를 끼쳐 드려 유감스럽다”고 사과했다 한다.

설사 김 의원의 말대로 조병옥 박사가 미군정 경무부장 때 친일 형사들을 채용한 것이 사실이요, 그것 때문에 “철저한 친일파며 일본의 앞잡이”가 됐다고 치자. 그렇다면 투철한 반일(反日) 정치인이었던 이승만 초대 대통령도 친일파며 일본의 앞잡이라야 한다.

왜냐하면 조병옥 박사가 조국 광복 후 친일 형사를 기용했듯이 이 대통령도 친일 조 박사를 기용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독재자였기는 하지만 이승만 대통령을 친일파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마찬가지로 조병옥 박사를 “철저한 친일 앞잡이”로 생각하는 국민 또한 김희선 의원 이외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기미년 3.1독립운동과 더불어 우리나라 대표적인 항일(抗日) 운동인 광주학생 사건, 신간회 사건, 수양동우회 사건 등에 연루되어 5년간 옥살이를 한 조 박사를 김 의원이 일제(日帝)의 앞잡이로 매도한 것은 정말이지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을 의심케 한다.

정치에는 적도, 동지도 없다지만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정적(政敵)으로 돌변하는 것이 또한 정치다. 그래서 정적을 공격하다보면 상대방 선친(先親)까지 욕을 뵈는 일이 종종 있다. 대통령 선거 때는 물론, 국회의원 선거 때도 상대 후보 선친의 친일 혹은 공산당 부역을 시비거리로 삼는 수가 있었다. 특히 그것이 사실 무근인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이번 민주당 조순형 대표의 선친 조병옥 박사에 대한 김희선 의원의 욕주기도 정치판에서 없어져야 할 구태다. 비단 정치판에서뿐이 아니다. 일반 사회에서나 소시민 사이에서도 선친을 욕 뵈는 것은 매우 저질스런 일이다.

할아버지, 아버지, 자식들은 모두 독립된 인격체다. 따라서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그 선조나 선친을 욕되게 하는 것은 타기(唾棄)할 행동이다.
어느 집안이나 대대로 내려오면서 영(榮)과 욕(辱)이 함께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김희선 의원도 조순형 대표 선친의 잘잘못을 말하기 전에 자기 선조나 선친의 잘잘못을 숨김 없이 털어놓았어야 옳았다. 김 의원이 이왕 남의 선친을 매도했으니 자신의 선친 얘기도 좀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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